100% 육박했던 수도권·광역시 초기분양률 80%대로↓
"규제로 수요는 위축, 비선호지역 공급은 늘어 미분양↑"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지난해 100%에 육박했던 수도권과 광역시의 신규 아파트 초기분양률이 80%대로 떨어져 분양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분양아파트 10가구 중 2가구는 주인을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규제 여파로 수요는 위축됐는데, 비선호지역 분양은 이어져 미계약 물량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최근엔 서울 입지좋은 곳에서도 미계약이 속출하고 있어 초기분양률은 당분간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3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민간 아파트의 평균 초기분양률(또는 초기계약률)은 81.7%로 집계됐다. 전분기보다 3.9%포인트(p), 전년동기대비로는 4.9%p 떨어진 것이다.
초기분양률이란 아파트 분양개시일 이후 3~6개월 사이의 계약률을 의미한다. 초기분양률이 80%대를 기록했다는 것은 분양 아파트 10가구 중 2가구는 분양 이후 3개월 이상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고 남아있다는 것이다.
청약경쟁률은 '일단 넣고 보자'는 허수 지원이 있어 일부 왜곡이 있다. 그러나 초기분양률은 실제 계약까지 이뤄진 비율을 나타내기에 분양시장 현황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통계로 인정받는다.
올 1분기 초기분양률은 지난해 4분기 분양을 시작한 단지의 현재 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4분기는 고강도 세금·대출 규제인 9·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직후다.
대출 규제 강화로 중도금 대출이 막히거나 대출 한도(60%→40%)가 줄어 수요가 위축되고, 바뀐 청약제도를 이해하지 못한 청약 부적격자가 속출하면서 미계약 물량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도권과 광역시의 초기분양률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 96.4%를 기록했던 수도권 초기계약률은 올 1분기 84.7%로 11.7%p 떨어졌다. 서울(100%→97.4%)과 인천(100%→95.1%)의 하락폭은 2~4%p대였으나 경기지역이 지난 4분기 96.4%에서 올 1분기 73.7%로 16.7%p 급락했다.
5대 광역시는 지난 4분기 97.0%에서 올 1분기 85.6%로 11.4%p 떨어졌는데, 부산이 무려 23.9%p(95.5%→71.6%) 하락해 전반적인 하락을 이끌었다.
HUG 관계자는 "지난해말 규제 여파로 각 지역의 유력 분양 현장이 분양을 연기했다"며 "그러나 경기, 부산에선 중소건설사들이 분양을 더이상 미루지 못하고 비선호 지역에 물량을 쏟아내 미분양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분양 아파트 중에서도 중도금 대출 규제 여파로 미분양이 나타나고 있어 당분간 초기분양률은 하락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엠디엠이 올초 분양한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분양 초기 중도금 대출 보증이 막히면서 전체 분양물량(730가구)의 94%인 685가구가 미분양됐다. 이후 시행사가 자체 보증에 나서 중도금 대출을 지원하면서 미분양이 줄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대출 규제에 집값 불확실성, 수요심리 위축으로 서울, 수도권 분양 아파트라도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각 지역의 수요와 공급, 입지 여건을 꼼꼼히 살펴 신중하게 청약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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