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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도발에도..'아베-金 정상회담' 추진 왜?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05 14:09

수정 2019.05.05 14:09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정부가 '조건없는 북.일 정상회담' 추진 구상 아래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도발에도 '자국엔 영향이 없다'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비교적 조용히 넘어가는 모습이다. 북한에 대한 항의 표시도 없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결의 위반 여부도 거론하지 않았다. 일본이 '대화기조'로 대북정책 노선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일 북미 대화 교착기,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대북대화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아베 총리는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건없이' 허심탄회하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해보고 싶다며 북.일 정상회담 개최를 공개타진했다. 교도통신은 복수의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 북한에 이런 방침을 전한 뒤 북한이 대화에 응할지 지켜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베총리의 기존 북.일 대화 입장엔 조건이 붙어 있었다. 북한이 납치문제에 진전을 보여야 만난다는 것이었는데, 최근 이런 원칙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

정치적으로나 시기적으로 북.일 정상회담 추진이 호기를 맞이했을 뿐만 아니라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정권이 납치자 문제에 성의있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는 인상은 단기적으로는 7월 참의원 선거에 호재가 될 수 있다. 한국이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북대화의 기회로 삼았던 것 역시 일본엔 학습효과다. 도쿄올림픽에 김 위원장을 초대하는 그림도 상정해 볼만하다. 역산해보면 김 위원장이나 아베 총리 모두 1년이란 시간을 쥐고 있는 것.

한국의 중재역할이 주춤해진 것도 기회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워싱턴 방문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북.일 대화에 전면협력하겠다"는 약조를 받아냈다. 미국의 지지 아래 납치자 문제뿐만 아니라 북핵문제 중재까지 모색해볼 만하다. 이는 그간의 '재팬 패싱'을 설욕해볼 수 있는 기회다. 교도통신은 아베 정권이 정세가 크게 변하고 있는 북한 문제에서 고립을 피하기 위해 대화의 허들을 낮춰 회담을 성사시키려고 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개최'는 회담 실현을 위한 아베 총리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것"이라는 일본 정부 소식통의 이야기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한국.미국.중국.러시아 주변국 정상들과 대좌를 마친 상태. 일본만 유일하게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이미 지난 3월 외교청서에 예년에는 있었던 '북한에 대한 압력을 최대한까지 높인다'는 표현을 삭제했으며, 11년간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해온 북한인권결의안을 보류하는 등 북.일 정상회담 성사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일본은 과거 청산과 납치문제 해결을 통해 국교 정상화를 실현한다는 2002년 북.일간 평양선언에 기초해 대북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북.미 대화교착기, 최근 식량난까지 겹치면서 김 위원장으로선 아베 총리의 손짓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다만, 막상 대화가 시작된다고 해도 탐색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핵 포기가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납치자 문제 해결, 과거청산 및 배상문제에 일본 내 반북여론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eh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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