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박채오 기자 =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부산 다방 여종업원 살인사건' 재판이16일 열렸다.
앞서 대법원은 직접 증거의 부재와 제 3의 범인 가능성을 이유로 해당사건을 부산 고등법원을 돌려보냈다.
이날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문관) 심리로 열린 양모씨(48)의 공판에는 당시 동거녀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앞서 1·2심에서는 양씨와 함께 마대 자루를 옮겼다는 동거녀의 진술이 양씨의 강도살인 범행을 입증하는 주요 증거로 작용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마대자루가 피고인 혼자서 끌 수 있을 정도 무게라면 굳이 범행이 탄로날 위험을 무릅쓰고 동거녀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며 "또 마대자루의 '색'을 기억하는 동거녀가 마대자루가 그 후 어떻게 처리됐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도 의문스럽다"고 동거녀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 의심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동거녀 진술의 신빙성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양씨의 변호인은 당시 마대자루를 어떤 방식으로 옮겼는지, 무게는 어느 정도였는지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동거녀 "양씨와 함께 마대자루를 차 트렁크에 싣고 어디론가 이동한 뒤 다시 마대자루를 내렸다"며 "마대자루의 한 쪽 끝을 양손으로 잡고 양씨와 같이 들어서 차 트렁크에 실었고, 같은 방식으로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대자루는 무거웠고, 물컹한 느낌이 났다"며 "마대자루를 내린 뒤에는 근처에 있던 돌 위에 앉아있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양씨의 변호인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처음에는 양씨에 대해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고, 마대자루를 내렸다는 장소의 묘사도 번복됐다"며 "수사기관에서 설명을 듣고 기억과 혼동한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동거녀는 "마대자루를 싣고 내린 것은 확실한 기억이다"면서도 "마대자루를 내린 이후 양씨의 행적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시간이 많이 흘러 전부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마대자루를 옮긴다는 특이한 상황 때문에 당시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죠"라고 물었고, 이에 동거녀는 "그렇다"고 답했다.
양측의 공방을 지켜보던 재판부 역시 "마대자루를 옮길 때 내용물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냐. 사체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느냐"고 질의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당시 마대자루에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 양씨에게 묻지 않은 것은 양씨의 목소리와 표정 등에 두려움을 느껴서 그런 것이죠"라고 물었고, 동거녀는 "그렇다"고 말했다.
증인신문이 끝난 뒤 재판부는 "사체가 비닐 등으로 몇 겹에 걸쳐 쌓여있는 채로 마대자루에 들어 사체인지 몰랐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사체 특유의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최대한 비슷한 요건의 마대자루를 만들어 한 번 검증을 해 보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검찰은 "양씨가 피해자의 예금통장의 비밀번호를 알고서 돈을 인출한 것만으로도 혐의를 입증하는데 충분한 증거가 된다"며 "기억이 흐릿한 상황에서 검증까지 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다"고 재판부의 제안을 거절했고, 재판부는 "더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양씨는 2002년 5월21일 오후 10시쯤 부산 사상구에 있는 한 다방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피해자(당시 21세·여)를 납치, 흉기로 가슴 등을 수십차례 찔러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마대자루에 담아 인근 바다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양씨는 또 피해자의 적금통장에서 2차례에 걸쳐 모두 현금 796만원을 빼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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