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공개된 추모 영상에는 허창수 GS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생전 구 회장과 깊은 인연을 나눈 지인들의 일화가 담겼다.
허창수 회장은 1990년대 LG가 투자를 시작한 2차 전지(배터리) 사업의 어려움을 곁에서 지켜본 애환을 소개했다. 허 회장은 "2차 전지 사업은 처음에 적자 많이 났다"며 "많은 적자에도 계속 추진할 수 있었던 건 (구 회장) 본인의 집념이 아니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나는 (그를) '집념의 승부사'라고 평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진규 LG화학 미래기술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남들이 잘 안하는 것, 잘 안될거 같은 것, 이런 것을 해 보라고 계속 그러셨다"며 "결국, 우리가 꼭 필요한 것이고,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라면 지금 당장 손해가 나더라도 개의치 말고 가자고 해 주신게 기본적인 경영철학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본무 회장 시절 도전한 2차 전지, 디스플레이, 통신사업은 현재 LG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인간 존중 경영을 실천한 구 회장의 인간미를 그리워하는 에피소드들도 있었다.
손정의 회장은 "구 회장은 정말 다정하신 분이고, 제게 진짜 형님과 같은 존재였다"며 "몇 번을 만나도 더 좋아지고, 더 존경심이 생기는 그런 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의 대국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며 "또, LG그룹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싶은지에 대한 말씀도 많이 하셨다"고 기억했다.
이어 손 회장은 "저도 구 회장께 배운 것을 소프트뱅크 직원과 고객들에게 꼭 실천해 나가고 싶다"며 "구 회장님, 정말 감사하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허창수 회장도 "상대에게 배려를 많이 해주고, 본인하고 어려움이 없게끔 주위 사람을 대했다"며 "농담도 잘하고,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고 전했다.
젊은 인재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긴 그의 성품도 전해졌다.
인재 유치 프로그램인 LG테크컨퍼런스를 통해 입사한 김충식 LG전자 책임은 "(컨퍼런스 당시) 오늘 이야기를 많이 못해서 미안하시다며 다음에 기회되면 식사를 하자고 했다"며 "실제로, 3~4개월뒤 연락이 와서 저희와 저녁도 하고 숙박도 하시는 등 대학생과 약속을 중요시한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지금 기업들이 굉장히 어려운 때"라며 "돌아가신 구 회장에 대한 애착과 아쉬움이 있다면, 제대로 된 기업체를 만들어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각오를 다지는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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