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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알랭 들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1 16:55

수정 2019.05.21 17:46

어느 누구도 세월을 비켜가긴 어려운 모양이다. 프랑스 칸에서 날아온 세기의 미남 스타 알랭 들롱 사진을 보며 든 생각이다. "차가운 달콤함, 내면의 절절한 고독이 스며나오는 크리스털 블루 시선, 어느 각도로 카메라를 들이대건 깔끔하게 선이 떨어지는 수려한 윤곽"(영화평론가 유지나)을 자랑하던 알랭 들롱이지만 이제 더 이상 그에게서 '우수 어린 아우라'나 '악마적 퇴폐미'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그도 이제 한국 나이로 여든다섯이다.

알랭 들롱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일종의 공로상이다. 그가 버트 랭커스터와 함께 출연했던 '들고양이'(감독 루치노 비스콘티·1963년)가 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적이 있긴 하지만, 이는 감독에게 주어지는 상이라는 점에서 이번 상이 사실상 칸에서의 첫 수상이다. 황금빛 트로피를 건네받은 알랭 들롱은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오직 배우로서의 인생뿐"이라며 "마치 사후에 받을 상을 살아있을 때 미리 받은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데 그의 수상을 놓고 현지에서 말이 많은 모양이다. 그가 과거 가정폭력으로 물의를 빚고, 극우 성향의 정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실제로 프랑스 여성인권단체인 '레 에프롱테'는 시상식이 있던 지난 19일(현지시간) "여성폭력 등 인권 논란을 일으킨 배우에게 상을 주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시상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한 여배우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멈추라'는 문구를 등에 새기고 나타나 영화제 측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칸영화제는 지난해에도 '미투' 열풍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심사위원을 포함한 여성 영화인 82명이 성평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영화제 측은 이를 적극 반영하겠다고 공표했다. 잠잠해진 줄 알았던 미투 논란이 엉뚱하게 알랭 들롱으로 인해 또 터진 셈이다.
"우리는 그가 영화산업에 기여한 업적을 치하한 것뿐"이라고 영화제 측이 해명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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