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안한 경우만 친자부정' 판례 36년만에 바뀔지 주목
무정자증 남편이 친자확인소송…1·2심은 청구기각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제3자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낳은 자녀를 남편의 친자식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단을 내리기 위해 각계 의견을 듣는다.
부부가 같이 살지 않아서,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다는 사정이 외관상 명백한 경우에만 친자식으로 추정할 수 없다는 예외를 인정한 1983년 7월 전합 판례가 36년만에 바뀔지 주목된다.
대법원은 22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A씨가 자녀들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 상고심 사건에 대한 전합 공개변론을 연다. 이번 공개변론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뒤 6번째다.
A씨 부부는 A씨의 무정자증으로 자녀가 생기지 않자 1993년 타인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시술로 첫 아이를 낳고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했다. 이후 1997년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A씨는 무정자증이 나은 것으로 착각해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마쳤다.
그러나 2013년 부부갈등으로 협의이혼신청을 밟으며 둘째 아이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는 두 자녀를 상대로 친생자관계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이 병원에 맡긴 유전자 감정 결과, A씨와 두 자녀는 유전학적으로 친자관계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1,2심은 A씨가 낸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재판부가 더는 심리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하급심 법원은 "A씨가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아내가 A씨 자식을 임신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1983년 7월12일 대법 전합 판결 취지에 따른 것이다. 당시엔 유전자 확인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증명 곤란 문제가 있는 점이 고려됐다.
그러나 현재는 과학기술 발전으로 유전자형의 배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사회 인식도 변화해 친생추정 예외의 인정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A씨 사건을 전합에 회부해 심리하기로 하고 공개변론 일정을 잡았다.
반면 이미 형성된 사회적 친자관계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기존 법리가 타당하다는 견해도 많다. 종래 판례를 변경하면 가족관계와 이를 바탕으로 한 부양, 상속에도 파급력이 적지 않아 변론과정에서 치열한 토론이 이뤄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대한변호사협회·법무부·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한국민사법학회·한국가족법학회·한국가족관계학회·한국젠더법학회·한국공법학회·한국헌법학회·한국법철학회·한국가정법률상담소·대한산부인과학회에 의견서 제출을 요청한 바 있다.
또 민사법·가족법 전문가인 차선자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원고측)와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피고측)를 참고인으로 불러 법정에서 재판부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듣기로 했다.
대법원은 변론결과를 토대로 사건을 심리해 3~6개월 안에 결론을 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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