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경시생 "멋있어서 여경 하려는 분들, 제발 다른 일 찾으세요"

"할 것 없어서 혹은 멋있어서 경찰관을 하려는 일부 여성들 제발 다른 일 하세요"
3년째 경찰공무원시험 준비생인 이정철씨(34·가명· 사진)는 25일 인천 한 식당에서 인터뷰에 응한 뒤 "'대림동 여경 논란' 같은 사태를 불식시키려면 국민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으로 경찰을 선택하려는 여성들이 많아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가 말하는 대림동 여경 논란은 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동영상이 올라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영상에는 지난 13일 경찰관 2명이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술집 앞에서 취객 2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과정을 담았는데, '여경이 남경이 난동자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다', '시민에게 수갑을 채울 것을 명령했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경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부산의 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여경 4명의 대처 장면이 공개돼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커뮤니티에서는 현장에 있던 경찰들 대신 일반 시민이 운전자를 구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씨는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는데, 부친이 경찰관이라서, 취집(취업 대신 시집)의 스펙으로 사명감 없이 경찰을 하겠다는 일부 여성이 있다"며 "남녀평등 및 일거리 창출 차원에서 여경 비율을 늘리는 게 아니라 사명감이 투철한 여성들을 경찰관으로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여성 경찰관은 지난 4월 말 기준 1만4302명으로, 전체 경찰관 중 11.6%를 차지하고 있다. 2016년 10%를 넘긴 후 꾸준히 증가세다. 경찰은 오는 2022년까지 여경 비중을 15%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전체 채용인원 중 약 25%를 여성으로 선발하고 있다.

이씨는 경찰관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사명감과 범법자를 제압할 수 있는 완력이 있어야 가능한 직업인 만큼 여경의 체력시험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적격 미달인 자들에게 혈세를 낭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경찰 채용시험에서 체력검사 평가 종목은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악력, 100m 달리기, 1000m 달리기 등 총 5개다. 각 분야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신체능력을 요구하는데, 남녀 간 체력차를 감안해 점수 배점 기준은 다르게 책정된다. 예컨대 윗몸일으키기의 경우 남성과 여성은 각각 1분 동안 58회, 55회 이상 하면 만점인 10점을 받는다. 특히 여성은 땅바닥에 무릎을 대고 팔굽혀펴기를 해도 된다.

이씨는 "범죄자들은 필사적으로 도망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폭력을 행사한다"며 "팔굽혀펴기도 제대로 못하게 하는 여경의 채용 환경을 정부가 만드는데, 다수의 여경이 흉기를 휘두르는 범죄자를 잡을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경찰이 국민 세금을 받아 일하는 이상 여경도 국민을 지켜야 하는 게 첫 번째"라며 "범죄자 제압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은 경찰시험을 준비하면 안된다.

사명감을 갖고 경찰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소중한 일자리를 뺏지 말라"고 당부했다. [e-mail]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