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法 "이영학 사건서 경찰 초동 대처 부실..국가가 유족에 배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6 14:34

수정 2019.05.26 14:34

이영학/사진=연합뉴스
이영학/사진=연합뉴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당시 경찰의 초동 대처 부실로 범행을 막지 못한 과실이 있다며 국가가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7부(오권철 부장판사)는 피해 여중생 A양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1억80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양의 2017년 9월 30일 저녁 딸이 귀가하지 않자 112에 실종 신고를 했다.

서울경찰청에서 실종 신고를 하달받은 중랑경찰서 112상황실은 망우지구대와 당직 근무 중이던 중랑서 여성·청소년 수사팀에 출동 지령을 내렸으나 망우지구대 경찰들은 A양의 최종 목격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지구대에서 A양 어머니가 이영학의 딸과 통화하는 걸 보고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출동 지령을 받은 중랑서 여성·청소년 수사팀은 "출동하겠다"고 허위보고한 뒤 사무실에서 후순위 업무들을 처리하다 3시간 뒤에야 망우지구대에 가서 수색상황만 물어봤다.

A양은 그날 이영학이 준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다가 추행당한 뒤 다음날 10월 1일 그에게 살해됐다. 경찰 자체 감찰 결과 경찰의 초동 대응 부실이 확인됐고, 관련자들은 줄줄이 징계를 받았다.

법원은 경찰관들의 직무 집행상 과실이 A양의 사망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초반에 이영학의 딸을 조사했다면 손쉽게 A양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경찰관들에게 법률상 주어진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해도 이영학의 범행에 가담했다거나 범죄를 용이하게 한 경우는 아니다"라며 "의무에 반해 범죄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는 데 불과한 국가를, 피해 결과를 직접 발생시킨 이영학과 동일시해 대등한 책임을 부과하는 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배라는 이념에 배치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국가의 책임 비율을 전체 손해의 30%로 제한했다.


이영학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고,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된 딸도 장기 6년·단기 4년형을 확정받았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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