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7000여명의 초·중학생 선수단이 참여한 '소년체전'에서 학생 인권 침해 행위가 다수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 앞에서 코치나 감독이 선수에게 폭언을 하는가 하면, 불필요한 신체접촉도 일어나는 등 '성폭력 예방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조사단은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익산, 전주, 완주, 고창, 정읍 등 15개 체육관에서 실시된 12개 종목에 대해 경기장 및 숙소 등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감독·코치의 고함, 욕설, 폭언 등의 행위가 목격됐다고 29일 밝혔다.
조사 결과, 경기 중 작전타임이나 경기종료 후 감독이나 코치가 경기에 뒤쳐지거나 패배하였다는 이유로 초·중학생 선수에게 "이 XX, 똑바로 안 뛰어!" "너 시합하기 싫어? 기권해 임마", "뭐하는 거야" 등 질책하는 행위가 목격됐다.
작전타임이나 하프타임 중 "지금 장난하냐? 왜 시킨대로 안 해?"라는 등 고성을 지르거나, 경기 종료 후 코치가 패배한 선수를 데리고 나오면서 "그걸 경기라고 했냐"며 선수의 뒷목 부위를 손바닥으로 치며 화를 내는 행위도 목격됐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일반 관중, 학부모, 다른 선수와 지도자가 지켜보는 중에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었다"며 "일상화된 '코칭'이나 독려 행위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분야 성폭력 예방을 위한 인권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일부 남성 심판이나 코치가 여학생들의 목이나 어깨를 껴안고 이동하거나, 규정과 달리 일부 경기 위원이 중학생 선수의 허리를 잡는 등의 상황이 경기장 주변에서 여러 차례 목격됐다고 밝혔다.
또 선수들 대부분은 모텔 형태의 숙소에 머물며 경기에 참여했으며, 남자코치가 여성 선수들을 인솔하면서 여성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일부 선수들은 소위 '러브호텔'에서 경기 기간 동안 묵고 있어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대한체육회는 소년체전 일부 종목에서 '스포츠인권센터' 신고 상담 업무를 홍보하고 상담 활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인권위 측은 "초·중학생 1만명 이상의 아동이 참여하는 소년체전에서 (성)폭력 예방을 위한 홍보·상담·신고 체계를 갖추지 않은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소년체전이 아동청소년을 위한 스포츠 축제라는 교육적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종목별 전국대회 등의 인권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겠다"고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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