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밖으로는 역량부족 안으로는 기강해이..곤혹의 외교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9 16:42

수정 2019.05.29 16:42

한미동맹 이상조짐과 기강해이 곤혹스러운 외교부
최근 주미대사관 직원의 국가기밀 유출까지 불거져
"장관 인사권 강화 등 리더십 제고로 내부 다잡아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바람 잘 날 없었던 외교부에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며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비핵화·평화프로세스 구축과 국민을 향한 외교를 지향하며 힘차게 출발했던 외교부는 성과를 내기보다 정치권 이슈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였던 북핵외교도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접어들면서 역할이 축소됐고, 안보의 축인 한미동맹도 불협화음이 감지된 지 오래다. 북핵문제에 대해 공조가 필요한 일본과의 관계는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새롭지 않은 상황이다.

외교 정책적 측면 외에도 구겨진 태극기 사건, 영문 보도자료 오기, 문재인 대통령 해외 순방 중 인사말 실수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기강해이가 극심하다는 비판을 받은데 이어 심지어 주미대사관 관리가 3급기밀인 한미정상간 통화내용을 유출하는 사건마저 발생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일·중·러 4강과 핵무기를 보유하고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변칙적 움직임을 보이는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이 당당한 외교전을 펼치고 성과 중심의 외교를 하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있다.

하지만 한국 안보의 핵심인 한미동맹에서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여러 차례 잘못을 지적받았음에도 대내적 기강해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채 계속 촉발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정부 외교채널과의 상의 없이 결정한 점, 제10차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정도 9차례 협의가 무색하게 갑자기 '최상부의 입장'을 담은 자국의 안(案)을 강요했던 것은 한미동맹의 이상기류를 간접 노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이 지난 25일부터 전일인 28일까지 나흘간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培晉三) 일본 총리와 긴밀한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지난 달 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2분 단독회담을 해 외교가에서 홀대론이 일기도 했다.

심지어 방일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8일 요코스카 주일 미군기지를 방문해 한 연설에서는 동해를 일본해로 지칭해 외교부는 "동해 표기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면서 "현재로선 동해가 병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논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일련의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성과는 별개로 미국이 한미동맹을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인상을 줬고, 이러한 일련의 사례들은 우리 정부 대미외교의 최선봉인 외교부가 미국과의 중간 조율을 하지 못했고 부족한 외교역량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게 했다.

대외외교의 어려움을 차치하더라도 내부적 기강해이 문제 역시 심각하다. 지난 2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스페인 전략대화에서 심하게 구겨진 태극기를 게양한 상태로 두고 진행한 것을 두고 "두 번의 실수는 용납될 수 없다"며 기강을 다잡은 것이 무색한 상황이다.

특히 의도성 여부와 관계없이 기밀인 한미정상간 통화내용을 주미대사관 직원이 야당 국회의원에게 유출하고, 대사만 볼 수 있는 기밀을 직원들끼리 돌려봤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기강해이를 넘어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중대한 문제다.

이 외에도 주 몽골대사가 대사관 직원들에게 부당한 업무를 지시하고 공관에 쓰일 운영비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한편 현지인 브로커와 유착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주 베트남대사는 직원들에게 폭언과 갑질을 해 외교부가 대사에 대한 징계를 인사혁신처에 요청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부 고위관리는 "외교부에 청와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구조가 외교부 전체 조직에 대한 장관의 장악력과 리더십을 크게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는 조직 내 기강이 해이로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전직 관리는 이어 "기강을 다잡을 수 있는 빠른 방법은 장관의 리서십을 세우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특히 외교부 인사에서 장관의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외교부 실국장급 인사에까지 미치는 청와대의 입김에 대해 지적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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