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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광합성에서 빛이 화학에너지로 바뀌는 찰나 최초 규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4 11:59

수정 2019.06.07 10:46

화학연, 초당 1조장 촬영 펨토초 레이저 이용… 태양빛 조사 후 광촉매상 광변환 초기과정 규명
한국화학연구원 백진욱 박사가 인공광합성 광촉매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백진욱 박사가 인공광합성 광촉매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태양빛으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인공광합성에서 조사된 태양빛이 화학에너지로 바뀌는 광화학 반응의 초기과정을 처음 밝혀냈다.

한국화학연구원 CO2에너지벡터연구센터 백진욱 박사팀은 빛이 인공광합성의 핵심인 COF 광촉매상에 조사된 후 전자(-)와 정공(+)으로 생성 및 분리되는 찰나의 순간을 세계 최초로 포착했다.

COF(Covalent Organic Frameworks·공유결합성 유기 골격체) 광촉매는 기존 광촉매에 비해 표면적이 넓어 고효율인데다, 필름형태로 쉽게 제작할 수 있어 차세대 인공광합성 광촉매물질로 각광받고 있다.

백진욱 CO2에너지벡터연구센터장은 “COF 광촉매상에 빛이 조사되자마자 전자(-)와 정공(+)이 어떻게 생성되고 움직이는지 원리를 알게 됐다”면서 “앞으로 인공광합성용 광촉매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IF:12.353)' 4월 23일자에 게재됐다.


인공광합성은 태양빛만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로부터 유용한 화합물을 만드는 시스템이다. 식물의 광합성에서 착안했으나 포도당만 생산하는 자연광합성과 달리, 포름산과 메탄올, 의약품 등 여러 화합물을 선택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연구진은 펨토초(10-15초) 레이저 기술을 이용해 COF 광촉매에서 빛이 흡수된 후 극고속으로 전하가 이동한다는 사실을 관찰하고, 전하 분리 상태를 학계에 최초로 보고했다. 초당 1조장의 사진을 찍는 고속 연사 카메라로 빛이 광촉매에 닿는 찰나에 일어난 일을 촬영한 셈이다.

펨토초 레이저 기술은 찰나에 변화하는 분자의 전자 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기법이다. 펨토초 레이저를 반응 중에 있는 분자에 연속적으로 조사하면 초고속으로 연달아 사진을 찍듯이 분자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과거 빛이 COF 광촉매에 조사된 후 형성된 전자가 전달되는 과정을 규명한 적은 있었지만, 전자가 생성되는 순간을 포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진욱 박사는 펨토초 레이저 기술 활용과 관련해서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연구단 이효철 부연구단장과 그룹의 김태우 박사, 전선홍 박사와 공동 연구를 수행했다.


그동안 백진욱 박사팀은 인공광합성으로 포름산(고무, 세척제, 살충제, 연료전지 연료 제조에 쓰이는 화학물질)을 제조하는 기술을 2012년 개발한데이어, 2014년 메탄올과 의약품 제조기술을 만들었다. 또 2016년에는 태양광의 46% 가량을 차지하는 가시광선으로 포름산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전 세계 인공광합성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차세대 탄소자원화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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