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내 것 아닌데 뭘… '몸살난 따릉이' 작년 세금으로 6만건 수리

최재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3 17:54

수정 2019.06.03 17:54

바구니에 담긴 쓰레기는 예사..이용자에게 비용 물리지 않아
고의·실수로 심각한 파손 빈번
성숙한 시민의식이 최선이지만 적극적 경고·벌금 부과 주장도
#. 평소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김모씨(34)는 지난달 30일 아침 평소와 마찬가지로 따릉이 정거장을 찾았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정류장에 도착해 걱정을 했던 그였지만, 정거장에 남아있는 한 대의 따릉이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김씨가 내쉰 안도의 한숨은 이내 곧 불만 섞인 한숨으로 바뀌었다. 날카로운 물체로 수없이 긁힌 액정으로 인해 남은 한 대의 따릉이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의 액정(왼쪽). 따릉이를 타기 위해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액정이지만 화면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돼 있다.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의 액정(왼쪽). 따릉이를 타기 위해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액정이지만 화면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돼 있다.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시장 바구니에 담겨 있는 쓰레기는 예사고, 도저히 이용할 수 없도록 심하게 훼손해 놓은 따릉이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시민들의 막무가내식 이용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고의 혹은 실수로 따릉이를 파손하더라도 이용자가 수리 비용을 물지 않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릉이' 수리 해마다 급증

따릉이의 파손으로 인한 정비 사례가 해마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만6688건 수준이었던 따릉이 수리 건수는 2017년 2만8886건으로 늘었고, 지난 해엔 5만9571건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따릉이의 수가 2017년 1만6000여대에서 지난해 2만여대로 25% 정도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올해는 1월부터 4월까지만 총 1만9859 차례 따릉이를 수리했다. 본격적으로 날씨가 풀리는 5월부터 따릉이 이용 횟수가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역시 따릉이 수리 사례가 지난해 수준을 훨씬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공유 교통수단을 둘러싼 이같은 고민은 비단 서울시만의 것은 아니다. 공유 교통수단이 운용되고 있는 타 시·도, 혹은 해외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 공유자전거 스타트업 모바이크는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첫 걸음으로 영국 맨체스터에 공유자전거를 도입했다. 하지만 빈번한 자전거 훼손, 심지어는 자전거가 강물에 버려지기도 하는 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벌금 물려야 하나?

이들 교통수단의 공통점은 교통수단의 파손, 혹은 훼손에 대한 책임을 이용자에게 묻기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민 의식, 배려심 등에 기댈 것이 아니라 강도 높은 단속을 통해 금전적 책임을 물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공유 교통수단인 카 쉐어링 업체들의 경우, 자동차 파손·훼손 사례가 빠르게 줄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카 쉐어링 업체들은 고객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있고, 명확하게 이용자 파악을 할 수 있어 차량 파손·훼손 방지가 비교적 용이하다"며 "카 쉐어링 도입 초기에는 비슷한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지속적인 관리와 이용자 의식 성숙 등으로 인해 그런 문제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하는 한편, 적극적인 안내를 통해 문제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유 교통수단이 파손·훼손되면 공공의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공공재에 대한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며 "파손·훼손 등의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곳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경고문구, 법률 안내 문구 등을 게시하는 방안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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