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살아야 건강한 피·장기·골수·시신 기증 가능하기 때문"
매달 노인요양시설 찾아 발마사지 청소 봉사…출소자 자립도 도와
(구미=뉴스1) 정우용 기자 = "헌혈할 수 있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군가를 위해 쓰여질 몸을 소중히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 헌혈자의 날(6월14일)을 앞둔 10일 헌혈의 집 구미센터에서 구미시청 헌혈왕 서보관씨(54·평생교육원 문화예술회관)를 만났다.
208차례나 헌혈한 서씨는 "23년 전인 1996년 구미시 형곡성당에서 교리공부를 하며 시작한 헌혈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임을 실감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2000년 인터넷 헌혈카페에서 백혈병을 앓는 부천의 20대 여성에게 피가 급히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헌혈증서 21장을 전달했는데, 다음해 그 여성이 완쾌했다는 소식을 듣고 헌혈의 위대성을 알게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서씨는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장기 기증을 서약했고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과 헌혈의집 구미센터에 시신·골수기증을 신청했다.
시신, 장기, 골수를 기증하기로 한 서씨는 그때부터 몸관리를 더 열심히 하게 됐다.
"기증서에 서약을 하고 나니 '이제 내 몸이 내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강하게 살아야 누군가에게 건강한 장기와 골수, 시신을 기증할 수 있겠다 싶어 담배를 끊고 술도 적당히 마시게 돼 오히려 더 건강한 삶을 살게 됐습니다."
구미시청에서 '헌혈왕'으로 불리는 그는 844시간의 자원봉사 실적도 갖고 있다.
지금까지 235차례 봉사활동을 한 그는 민들레·풋사랑봉사단 회원들과 함께 매달 노인노양시설을 찾아 발마사지와 청소봉사를 한다.
또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북서부지소에서 상담위원으로 봉사하며 갈 곳이 없는 출소자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서씨는 2001년 헌혈 유공장 은장, 2002년에는 금장을 받았다. 100회를 기록한 2006년에는 본인의 손을 부조한 손조형물을 받았으며 200회를 기록한 지난해에는 헌혈유공장 명예대장에 선정됐다.
서씨는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은 헌혈을 하고 싶어도 못해요. 건강한 피를 제공할 수 있을 때까지 헌혈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