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수입차업계, 환리스크에 희비 엇갈려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0 18:26

수정 2019.06.10 18:26

유로·달러 결제하는 BMW 코리아 환율 치솟자 수익성 개선 불투명
벤츠·아우디 원화결제시스템 도입.. 환율서 자유로워 실적 경쟁 유리
수입차업체들이 환리스크에 명암이 갈리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환율의 변동성확대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올해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환율상승으로 수입 원가는 오르지만, 국내 판매가격은 가격경쟁과 소비자들의 가격저항 등으로 반영하기 쉽지 않아서다. 그만큼 늘어난 원가부담을 업체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해 마진율 악화가 예상된다.

반면, 원화결제시스템을 도입한 수입차 브랜드들은 환율쇼크 무풍지대다. 결제통화에 따라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면서 올해 환율이 수입차업체들의 실적향방을 가르는 최대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치솟는 환율에 수익성 빨간불

10일 업계에 따르면 BMW그룹 코리아가 안정적인 시장대응을 위해 결제통화를 원화로 단일화하는 작업을 고심중이다. 원·달러환율과 원·유로환율이 두달여만에 60원가까이 치솟고, 미·중간 무역 협상은 타결시기를 예단하기 어려운 '시계 제로'에 빠져들고 있어서다.
수입가격 5만달러 상당의 수입차의 경우 두달새 원가가 300만원이나 올랐다. 판매가격을 환율추이에 맞춰 수시로 조정하긴 힘들고, 가격인상은 '같은 모델 다른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게 돼 환율상승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BMW그룹 코리아역시 현재 독일과 미국(X시리즈)에서 수입차를 들여오면서 각각 유로, 달러로 결제해 환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환헤지 상품 등으로 700억원 상당의 환차익을 거뒀지만, 올해는 단기간에 환율이 치솟아 환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정적인 가격에 수입해 계획적인 공급이 힘들어지면서 올해 수익성 개선도 불투명해졌다. BMW그룹 코리아 관계자는 "독일 본사와 원화결제시스템 도입을 위한 협의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 한국사업에 도움이 되는 방안에 대해서 본사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토로했다.

푸조·시트로엥의 공식 수입판매사인 한불모터스는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엥그룹(PSA)에 결제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원·유로 환율상승으로 원가부담이 커졌다"며 "이 때문에 PSA본사에 지급하는 대금 결제시기를 연기했다. 본사와 상호 협의를 통해 환율부담을 최소화하는 조율작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에서 피아트,크라이슬러, 지프를 수입판매하는 FCA코리아도 대응책을 고심중이다. 당장 재고물량에는 영향은 없지만, 앞으로 수입하는 물량과 국내 출시 모델에 영향을 주게 돼 환율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도요타,한국닛산 등 일본 브랜드들은 자국 차량의 경우 원화로 대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미국 공장에서 수입하는 도요타의 미니밴 시에나·아발론과 닛산의 페스파인더·알티마 등은 달러가 결제수단이다. 이 때문에 향후 해당 모델의 국내시장 마케팅 공세수위가 한풀 꺽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벤츠·아우디·포르쉐, 환율 무풍지대

이에 비해 원화결제시스템을 도입한 업체들은 환율상승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수입차업계 최초로 원화결제시스템을 도입한 벤츠코리아다. 지난 2003년 한국 법인 설립때부터 본사에 원화로 대금을 지급해왔다. 특히, 미국에서 생산하는 GLS, GLE 뿐아니라 남아공 생산물량 등 생산지역에 상관없이 전량 원화로 결제하고 있다.
독일 본사에서만 차량을 수입하고 있는 아우디코리아, 포르쉐코리아도 본사에 지급하는 결제통화를 원화로 단일화했다.

해외 지사 및 법인의 안정적인 경영 지원을 위해 환헤지 등을 본사가 부담하는 구조다.
다만, 환율 하락시기에는 유로, 달러로 결제하는 경쟁업체들에 비해 프로모션 경쟁력이 약화된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