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성신여대 ‘학내 미투’ 갈등에 몸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1 17:35

수정 2019.06.11 19:07

학생측 "성폭력 교수 아웃"
증거불충분 경고조치 받은 교수.. 학생회는 "타학교와 연대 투쟁"
학교측 "추가 징계 어려워"
경고조치로 재임용 불가는 과도.. 학생들 강의 보이콧이 향후 변수
11일 찾은 성신여대 수정캠퍼스 곳곳이 성폭력 가해 논란이 불거진 A교수를 성토하는 포스트잇과 대자보들로 뒤덮여 있다. 성신여대 총학생회 제공
11일 찾은 성신여대 수정캠퍼스 곳곳이 성폭력 가해 논란이 불거진 A교수를 성토하는 포스트잇과 대자보들로 뒤덮여 있다. 성신여대 총학생회 제공

성폭력 가해 논란이 불거진 A교수를 놓고 성신여대 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학생들은 A교수의 재임용 취소와 더불어 학교와 이사회측에 사과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학교측은 정상적인 징계절차를 거친 사안이기 때문에 재임용 취소를 결정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성신여대 총학생회는 향후 다른 대학교 총학생회와의 연대를 통해 A교수의 퇴출을 이끌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성폭력 의혹 A교수에 '경고' 조치

11일 성신여대 총학에 따르면 현대실용음악학과 소속의 A교수가 지난해 4~5월 일대일 수업에서 학생 B씨에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여자를 만나고 싶다' '너를 보니 전 여자친구가 생각나' 같은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생 C씨에게는 욕을 하고 쿠션을 들어 얼굴을 가격했다고 한다. 이에 B씨와 C씨는 지난해 6월 대학본부 성윤리위원회에 A교수를 신고했다. 그러나 A교수는 "그런 적이 없다"면서 오히려 대형강의실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B와 C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성신여대는 교원징계위원회를 열고 A교수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으나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경고' 조치를 내린 채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또 2년 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비정년 전임교수인 A교수는 올해 다시 임용됐다.

이에 학생들은 지난 6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수정캠퍼스에서 규탄집회를 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희선 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은 "A교수는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사직해야 한다"면서 "경고처분의 세부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이사회와 교원징계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성신여대 학생회는 추가적인 집회도 예고하고 있다. 오는 7월 7월 서울대 학생회와 연대를 통해 권력형 미투에 대한 반대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 학생회장은 "피해 학생들은 학교 를 믿고 절차에 따르며 일이 처리되기를 기다렸지만 학생들에게 돌아온 것은 해당 교수에 대한 경고와 재임용이며, 이 사실마저도 통지해주지 않아 피해학생은 이 사실을 모른 채 해 당 교수와 학과 정시 실기 도우미, 채점위원으로 학교에서 마주쳐야 했다"며 학교 본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학교본부, "추가징계 어렵다"

이와 관련해 성신여대측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당시 대학본부의 교원인사위원회는 '재임용 불가' 의견을 이사회에 제출했으나, 이후 교원징계위원회는 '경고' 조치 의견을 이사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경고' 조치만으로 '재임용 불가' 조치를 취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보고, 재임용 불가 의견에 대해 '부동의'했다는 설명이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교원징계위원회가 내린 '경고' 조치에 대해 이사회는 승진, 승급 등의 불이익은 줄 수 있으나 '재임용 불가'라는 조치를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 것"이라며 "학생들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기에는 학교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해명했다. '재임용 불가'시 A교수의 반발도 우려했다. 징계조치가 견책, 감봉 등의 중징계가 아닌 상황에서 '재임용 불가'를 결정할 경우 오히려 A교수가 소송 등 반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성신여대측은 이번 학기는 어렵겠지만 2학기 중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1학기 중 A교수가 맡았던 수업은 학생들의 보이콧으로 인해 폐강됐다. A교수가 성신여대에서 계속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학교 관계자는 "수업을 목적으로 비정년 전임교수로 임명한 것인데 수업이 계속 불가능하다면 이것은 또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학생들의 불만을 이번 학기 내 조치할 수는 없겠지만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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