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18∙발렌시아CF)은 뚫고 이광연(20∙강원)은 지켰다.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정호진(20∙고려대)과 최준(20∙연세대)은 쉴새없이 뛰었다. 정정용(50) 감독은 맞춤형 전술을 꺼내들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결승골은 이강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이강인은 전반 39분 프리킥 상황에서 재치있게 최준에게 패스를 내줬다. 공을 받은 최준은 오른발로 상대 골망을 흔들며 이른 시간에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득점 장면에서 보여준 호흡에 대해 최준은 "이강인하고 원래 밥도 같이 먹는 사이다. 이번에도 강인이가 공을 차려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고 밝혔다. 팀의 화합과 조직력이 만들어낸 결승행 티켓이었다.
■ '에이스' 이강인, 실력만큼 뜨거운 애국심
대표팀의 ‘에이스’는 막내 이강인이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이 결승전에 오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강인은 지금까지 1골 4도움을 기록하며 대회 최우수 선수에게 수여되는 ‘골든볼’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강인은 축구실력뿐만 아니라 특별한 애국심으로도 주목받았다. 이강인은 만 10세의 나이에 스페인 구단인 발렌시아 유소년 팀에 입단했다. 이강인의 가족들도 스페인으로 옮겨가 이강인을 뒷바라지 했다.
사춘기 시절을 전부 스페인에서 생활했지만 조국을 향한 이강인의 마음은 애틋하다. 이강인의 정강이 보호대와 축구화에는 가족이 직접 그려준 태극마크가 자리했다. 16강 한일전을 앞두고는 “동료, 관중, 팬들이 모두 애국가를 크게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때 스페인축구협회에서 이강인의 재능을 높이 사 귀화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이강인은 태극마크가 달린 유니폼을 입고 세계 정상의 자리에 도전한다.
■'빛광연' 별명 얻은 골키퍼 이광연
주전 수문장 이광연도 위기의 순간마다 눈부신 선방으로 팀을 지켜냈다. 이광연은 매 경기 펼친 엄청난 활약에 ‘빛광연’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광연의 선방은 준결승전에서도 빛났다. 이광연은 추가시간도 끝나가던 무렵 에콰도르 선수의 절묘한 헤딩슛을 막아내며 대표팀의 결승행 티켓의 마지막 도장을 찍었다.
이광연은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린 뒤 아쉬운 마음에 에콰도르 선수가 찬 공까지 쳐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광연은 "제가 지키는 골대에 공이 들어가는 것이 보기 싫었다"며 굳은 결의를 보였다.
■정호진·최준 '최고의 발견' 평가
또한 우리 대표팀의 유이(唯二)한 ‘대학생 듀오’ 정호진, 최준도 ‘이번 대회 최고의 발견’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두 선수는 프로 선수가 아닌 대학생 신분이지만 당당히 세계 무대에 올라 외국 선수들과 어깨를 견줬다.
대학생 선수들인만큼 이들은 헝그리 정신으로 경기에 임했다. 지난 아르헨티나 경기에서 대학생인 정호진은 프로 선수인 조영욱의 골을 도운 뒤 용돈을 받기도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정호진의 별명은 ‘똥개’다. 경기장을 쉼없이 뛰어다니며 상대 선수를 압박해 붙여진 별명이다. 오성환 대표팀 코치도 “정호진이 우리 팀의 체력왕이다. 경기당 거의 13km 가까이 뛴다”며 정호진을 추켜세웠다.
대표팀의 왼쪽 수비수 최준은 고교 시절 빠른 발을 앞세워 측면 공격수로 활약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서도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활약하고 있다.
■빛나는 정정용 감독의 용병술
현역은 물론 지도자로서도 이름을 알리지 못한 정정용 감독은 탁월한 전술과 빛나는 용병술로 대표팀을 결승 무대에 안착시켰다. 정 감독의 별명은 '제갈용'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공명만큼 탁월한 전략가라며 붙여진 별명이다.
정 감독의 전술 능력이 빛을 발한 것은 16강 한일전 무대였다. 전반전 수비 위주로 내려앉았던 대표팀은 후반전에 들어서며 정 감독의 지시에 따라 공격적으로 전환한 대표팀은 일본에 승리를 거뒀다. 이번 에콰도르 전에서도 정 감독은 남미팀을 상대로 하는 맞춤 전술인 3-5-2 전술을 꺼내들어 결승 티켓을 따냈다.
정 감독은 "이제 남은 결승전도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뛸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며 "늦은 시간까지 국민과 선수들이 하나가 된 것이 힘이 됐다. 팬들과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hoxin@fnnews.com 정호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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