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5개월 간 검찰의 과오를 규명해온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활동이 종료됐지만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애초 수사 강제 권한이 없어 과거 검찰 수사 내용을 크게 뒤집지 못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게다가 활동 종료와 동시에 줄소송을 당하는 등 되레 역풍을 맞는 실정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과거사위는 17건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뒤 4차례 기간 연장을 통해 지난달 수사 활동을 마무리했다.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비롯해 △형제복지원 사건(1986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1991년) △삼례 나라슈퍼 사건 (1999년) △약촌오거리 사건(2000년) △PD수첩 사건(2008년) △장자연 리스트 사건(2009년) △용산 참사 사건(2009년) △남산 3억원 제공 의혹 등 신한금융 관련 사건(2008, 2010, 2015년) △유우성 증거조작 사건(2012년) 등이 수사 권고 대상에 포함됐었다.
그러나 수사 권한이 없는 데다 공소시효·증거 부족 등으로 진상 규명에 이르지 못해 수사의 실효성이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과거사위 산하 진상조사단은 출석을 거부하는 사건 당사자들을 불러 조사하지 못하거나 압수수색 및 자료 요청도 묵살당하기도 했다.
특히 국민 관심사인 '고 장자연씨 사망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재수사 권고조차 내지 못했다. 장씨가 친필로 피해 사례를 언급한 문건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지만 의혹이 집중된 가해 남성들을 이름을 목록화했다는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는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과거사위는 그간 80명이 넘는 참고인을 조사했으나 혐의점 찾지 못한 점을 사실상 시인했다.
용산 참사 결론도 '용두사미'로 끝난 모양새다.
과거사위는 당시 경찰의 직무유기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부적절했다는 이유로 공식 사과를 권고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 수사팀은 "지극히 주관적 추상적 의심에 불과하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이다.
이밖에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 권고 및 수사 촉구 대상에 올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한상대 전 검찰총장·윤갑근 전 고검장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현재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도 과거사위를 상대로 법적대응을 검토 중이다.
고위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소시효 기간이 지나고 강제 권한이 없는데 대안 없이 수사 권고는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인력과 시간, 금전적인 부분들이 피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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