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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길엔 반드시 승리 있어"…'옥중' DJ 향한 이희호의 편지

뉴스1

입력 2019.06.12 16:45

수정 2019.06.12 16:48

김대중평화센터가 12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생전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2007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경기 구리 코스모스 축제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2019.6.12/뉴스1
김대중평화센터가 12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생전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2007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경기 구리 코스모스 축제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2019.6.12/뉴스1


김대중평화센터가 12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생전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1997년 4번째 도전끝에 대통령에 당선 되던 날 시민들에게 당선인사를 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모습. (김대중평화센터 제공)2019.6.12/뉴스1
김대중평화센터가 12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생전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1997년 4번째 도전끝에 대통령에 당선 되던 날 시민들에게 당선인사를 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모습. (김대중평화센터 제공)2019.6.12/뉴스1


11일 오후 대구 동구 신천동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 故 이희호 여사의 분향소가 마련돼 당원·당직자들이 추모하고 있다. 2019.6.1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11일 오후 대구 동구 신천동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 故 이희호 여사의 분향소가 마련돼 당원·당직자들이 추모하고 있다. 2019.6.1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값없이 희생해선 안됩니다" 아낌없는 조언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소수가 택하는 좁고 험한 의(義)의 길에는 반드시 승리가 있다는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1977년 6월 3일)

고(故) 이희호 여사가 과거 수감 중이던 남편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여사의 편지는 김 전 대통령이 해외 망명생활을 하고 진주교도소에 수감됐던 1970년대부터 청주교도소에 수감중이던 198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이 여사는 남편을 향한 아낌없는 지지와 조언들을 편지에 담았고, 김 전 대통령은 그런 이 여사를 '정치적 동지'로 존중했다.

이 여사의 첫 번째 편지는 김 전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에서 망명생활을 시작한 1972년 12월 쓰였다.
그해 10월 치료차 일본을 찾았던 김 전 대통령은 유신이 선포되자 귀국하지 않고 해외에서 유신 반대운동을 펼쳤고, 이 여사는 정부의 눈을 피해 인편으로 편지를 부쳤다.

이에 이 여사는 편지로 "현재로는 당신만이 한국을 대표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어느 누구도 바른말을 하지 못하고 가슴 답답해 하고 있으니까요"라며 "나와 아이들은 당신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하루라도 빨리 오셨으면 하지만, 당신 자신과 나라를 위해서는 외국에 더 머물러 계시면서 사태를 주시하심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이어 "희생할 각오를 하셔도 값있게 희생하셔야지, 값없이 소리 없이 희생되어서는 아니 됩니다. 여러 점으로 깊이 생각하시고 처신하실 줄 믿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여사는 "당신을 경호하는 몇 사람과 늘 같이 다니세요"라며 김 전 대통령을 걱정하면서도, 격려를 잊지 않았다. 이듬해 4월 작성한 편지에서는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많으시겠죠. 아마도 그와 같은 어려움을 겪으시지 않고서는 내일의 영광이 없기에 그러한 고난을 당신에게 주나 봅니다"라고 전했다.

이 여사의 편지는 김 전 대통령이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진주교도소에 수감된 1977년에도 계속됐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구속돼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았음에도 남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적었다.

그는 그해 4월 남긴 편지에서 "우리들 가족들도 결코 실망은 아니합니다. 오히려 영광스러운 고난의 대열을 따라 묵묵히 행진하고 있는 엄숙한 시기인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편지에서는 "다시 한 번 당신의 고난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더욱 확신하면서 내가 대신 당신의 그 어려움을 겪지 못하는 것이 미안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내란음모사건으로 수감됐던 1980~1982년에도 '존경하는 당신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를 보냈다.

김 전 대통령이 사형을 선고 받은 직후에 쓴 편지에서는 "당신이나 나나 일생을 통해 이렇게 심각할 때는 없었을 것입니다. 당신은 죽음의 고비를 여러 번 넘겼어도 그래도 오늘과 같지는 않았을 것입니다"라면서도 "내일에 대한 희망 꼭 가지세요"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81년 1월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특히 이 시기 편지에는 "한 달 한 번 오는 편지조차 오늘도 없으니 알 길 없어 답답할 따름" "당신의 편지는 더 기다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등 김 전 대통령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이 담겼다. 이 여사는 1980년 11월21일부터 1982년 12월16일까지 총 649통에 달하는 편지를 남편에게 보냈다.

이 여사의 편지는 김 전 대통령이 보낸 편지와 함께 2009년 '옥중서신: 편지로 새긴 사랑, 자유, 민주주의'를 제목으로 두 편에 나뉘어 출간됐다. 이 여사는 이밖에도 생전 '나의 사랑 나의 조국' '이희호의 내일을 위한 기도' '동행' 등을 펴냈다.

이 여사는 지난 10일 97세 일기로 별세했다.
장례는 김대중평화센터와 장례위원회 주관하에 5일 동안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사회장 명칭은 '여성지도자 영부인 이희호 여사 사회장'으로 정해졌다.
이 여사는 오는 14일 새벽 장례 예배 후 서울 현충원 국립묘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합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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