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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기운이 꿈틀대다, 초여름의 발왕산 [Weekend 레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3 18:52

수정 2019.06.13 18:52

왕이 태어날 기를 품었다는 평창의 名山
수천년 자라온 붉은 주목 군락지 그리고 독일가문비나무·마유목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치유의 숲'
케이블카 타면 정상까지 20여분..최근 일출·일몰 명소로 떠올라
발왕산 독일가문비나무숲 용평리조트 제공
발왕산 독일가문비나무숲 용평리조트 제공

케이블카로 20분, 정상에서 보는 일몰 용평리조트 제공
케이블카로 20분, 정상에서 보는 일몰 용평리조트 제공

【 평창(강원)=조용철 기자】 '초여름'이라고 부르는 요즘은 사실 완연한 봄이나 여름보다 여행하기 더욱 좋은 계절이다. 산과 들판은 푸르게 물들고, 하늘은 말간 쪽빛 옷을 입는다. 한낮이면 반소매, 밤이 되어도 가벼운 겉옷이면 충분하다. 두꺼운 외투 때문에 짐이 늘어날 걱정도, 한 걸음 뗄 때마다 땀으로 샤워를 할 염려도 없다. 여행객들은 늘 청정 자연환경을 찾아 떠나고 그 안의 이야기를 추억 속에 담는다.
특히 강원도는 크고 작은 산악분지 형태로 형성되어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중 발왕산은 해발고도 1458m로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높은 산이다. 발왕산은 '왕이 태어날 기를 가진 산'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옛 기록에 따르면 발왕산은 여덟 왕의 자리가 있는 산이라고 하여 '팔왕산'으로 불리다가 왕이 날 기운이 있는 대지라고 전해져 내려오며 '발왕산'이 됐다.

발왕산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을 비롯해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는 주목 군락지, 상생의 미덕을 뽐내는 독일가문비나무숲과 마유목 등이 어울려 '자연생명의 산'으로 매력이 가장 크다.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단연 주목 군락지이다. 발왕산 주목 군락지에는 나무 둘레가 3~4m에 이르는 수천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는 주목 260여그루가 자리잡고 있다. 주목은 가지와 줄기가 모두 붉은 빛을 띠고 있는 상록수이며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수명이 긴 나무이기에 더욱 상서롭다. 주목나무 껍질에서는 혈당을 낮추고 유방암, 난소암 등 각종 여성질환에 항암효험이 있다고 알려진 '택솔' 성분이 검출돼 약재로도 각광받고 있다.

또 다른 발왕산의 보물은 정상에 위치해 있는 마유목이다. 마유목은 야광나무 속에 마가목 씨가 싹을 틔워 상생하며 자라는 세상 유일한 나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인재개발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김경래 박사에 따르면 마유목은 단순히 뿌리나 줄기가 엉킨 연리지, 연리근과 확연히 다르다. 뿌리부터 몸통, 가지까지 모두 한 몸이 되어 자라난 희귀한 나무가 바로 발왕산 마유목이라고 한다. 야광나무와 마가목은 둘다 장미과이고 고지대 서늘한 곳에서 주로 서식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발왕산에는 둘레길 초입에 위치해 고개를 숙여서 통과하지 않으면 여타 나무들을 감상할 수 없도록 활처럼 휘어진 갈매나무 '겸손의 문', 학문의 상징인 서울대 정문을 그대로 닮은 '서울대나무', 비탈진 언덕 위 큰 바위에 뿌리내린 '왕발주목', 'Victory'의 V자를 닮은 '승리주목', 딱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둥그런 공간을 내어주는 '고해주목' 등 다양한 스토리를 지닌 자생나무가 우리를 반긴다.

천연 미네랄 약수안 '발왕수' 용평리조트 제공
천연 미네랄 약수안 '발왕수' 용평리조트 제공

발왕산에 수천년간 뿌리내린 주목 용평리조트 제공
발왕산에 수천년간 뿌리내린 주목 용평리조트 제공


최근에는 스트레스 완화와 심신 안정에 좋다는 피톤치드를 가득 내뿜는 독일가문비나무 숲도 조성됐다. 이곳 독일가문비나무 숲은 1960년대 산림녹화 정책의 일환으로 화전민을 산 아래로 이주시키고 화전민 터에 나무를 심으면서 조림되기 시작했다. 50여년의 시간이 흐름 지금, 독일가문비나무 숲에는 1800여 그루의 독일가문비나무가 살아 숨쉬고 있어 힐링을 위한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용평리조트는 발왕산 숲을 중심으로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 중에 있어서 눈길을 끈다.

발왕산은 일출과 일몰이 유명한 곳이다. 일반적으로 산 정상에서 일몰을 감상하려면 그 곳에서 꼬박 하룻밤을 머물러야만 가능하다. 해가 지는 동안 하산을 하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복 7.4km의 국내 최장 관광 케이블카가 위치해 있는 발왕산은 이야기가 다르다. 편도로 20분이면 발왕산 정상에 위치한 아름다운 건축물 '드래곤캐슬'에 도착한다. 실제로 용평리조트는 지난해 여름부터 발왕산 관광케이블카 야간 운행을 시작하여 산 정상에서 일몰과 별이 수 놓인 밤 하늘까지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고객들에게 선사한다.

지난 2018년 발왕산에선 식음이 가능할 뿐 아니라 사람 몸에 좋은 약수가 발견됐다. 발왕산 정상 암반 300m 아래에서 나오는 천연 미네랄 약수 '발왕수'이다. 발왕수의 온도는 8도로 우리나라 지하수 평균온도인 14~16도보다 낮다.
발왕수에는 국내 다른 지하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바나듐'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바나듐은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 등 성인병을 유발하는 중성지방 배출을 유도하여 혈당저하에 효과가 있기로 유명하다.
이처럼 발왕수에는 탄생과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의미에서 '생명수' '치유의 물'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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