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의장은 이날 준비해온 추도사를 통해 "이 또한 세상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인생의 한부분이라지만 저리고 아픈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며 "형언할 수 없이 깊은 슬픔"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여사님께선 불모지와 같았던 이 땅에서 제 1세대 여성 운동가로 활동하셨다.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고 높이는데 평생을 애쓰셨다"며 "아내와 영부인이기 이전에 이미 시대를 앞서갔던 선구자였고, 시대의 흐름을 읽어냈던 지도였다"고 평가했다.
문 의장은 이희호 여사가 민주주의 운동가였던 것을 강조하며 "1971년 대선에서 '만약 남편이 대통령이 돼 독재를 하면 제가 앞장서서 타도하겠다'는 다짐은 민주주의를 향한 강한 신념과 확신의 상징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와 정의,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생을 바쳐 온 힘을 다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개인적 인연도 소개했다. 문 의장은 "선거 기간이면 지원 유세를 오셔서 '아들 같은 문희상, 조카 같은 문희상'을 도와달라고 호소하셨다"며 "아마도 80년대, 새끼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정권의 핍박을 받으며 접경지역 선거구에서 뛰던 저를 많이 안쓰러워 하셨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디, 영원한 동지이며 동행자인 김대중 대통령 곁에서 편히 잠드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추도사를 통해 "저는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재판을 받았을 때, 김 대통령께서 사형 선고를 받았을 때 불굴의 의지로 그 위기를 헤쳐 나가시는 여사님의 모습을 보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영원한 동행을 해온 동지였던 김 대통령과 함께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일평생 오롯이 민주주의와 인권 수호의 길을 걸었던 여사님의 영전에 깊이 머리 숙여 애도의 말씀을 올린다"며 "이제 국정을 내려놓고 하늘나라에서 편히 영면하소서"라고 추모의 뜻을 전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반독재 운동 당시 남산 중앙정보부로 끌려간 여사님께서 '젊은이들이 이곳을 거쳐 가는데 나도 동참할 수 있게 돼 대단히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일갈하셨다"며 "김대중 대통령의 인동초 민주 정신"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정치가 실종되고 경제와 안보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김대중 대통령과 여사님이 내거신 연합정치와 합의제 민주주의는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강조하면서 "그 누구보다 공의로운 삶을 사셨던 고인께서 이제 하나님과, 사랑하는 동반자의 곁에서 평온하게 영면하시기를 기원한다.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는 저희가 쓰겠다"고 추모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이희호 여사를 '선생님'으로 불렀다. 정 대표는 "선생님께서 일생 가슴에 품고 살아오신 민주주의, 인권, 평화, 평등의 가치와 따듯한 인간에 때문에 세상이 모두 선생님을 칭송한다"며 "선생님께선 우리 국민에게 두루 씨앗을 남겨주셨다. 저도 작은 씨앗 하나 가슴에 품고 피워 후대들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당대에 드물었던 엘리트여성이었지만, 배운 것을 가치 있게 쓰고자 편한 길 마다하고 험로를 택해 걸었다"며 "아흔일곱 해, 짧지 않은 인생길을 당신은 한결같이 값지게 살아오셨다"고 했다. 이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남북화해의 중요한 메신저로 한반도평화의 초석을 다지는 데 애쓰셨다"면서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하늘에서도 기도하겠다던 여사님의 유언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정부가 주관한 추모식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각계 지도자와 시민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추모식에는 공동 장례위원장인 이낙연 국무총리,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 민주평화당 권노갑 고문과 장례위 상임고문을 각각 맡은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명수 대법원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자유한국당 황교안·바른미래당 손학규·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의원들이 참석했다.
또 한명숙 전 국무총리,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강기석 청와대 정무수석,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장례위 부위원장인 평화당 박지원 의원 등이 함께했고, 김 전 대통령 차남과 3남인 김홍업 전 의원,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등 유족도 자리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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