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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대정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7 17:46

수정 2019.06.17 17:46

지난해 1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18'이 열렸다. 주제는 '스마트시티의 미래'. 주제에 걸맞게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5G,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이튿날 작은 정전사고가 났다. 전시회장이 암흑으로 변했다. 대피하는 관람객,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승객들, 이들을 구출하려고 출동한 안전요원들, 고가의 전시품을 지키려는 담당자들이 뒤섞여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단 두 시간의 정전사고만으로도 스마트시티의 미래가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것은 약과다. 미국은 세계 최대 부국이며 사회간접자본(SOC)을 잘 갖춘 선진국이다. 하지만 의외로 전기 공급이 끊기는 사고가 잦다. 광범위한 지역에 한꺼번에 전기가 끊어지는 대정전(블랙아웃) 사고도 여러 차례 있었다. 2003년 8월 14일 미국 북동부와 캐나다 지역에서 발생한 대정전이 대표적이다. 5000만명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해 40억~100억달러로 추산되는 경제손실이 발생했다.

전기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대정전이 되면 어떻게 될까. 가장 먼저 교통수단이 멈춘다. 주유소는 기름을 팔 수 없게 되고, 교통신호등이 꺼져 대도시는 교통지옥이 된다. 상점들은 결제시스템이 마비돼 현금이 없으면 물건을 사지 못한다. 상하수도가 마비되면 물 공급도 끊겨 가정마다 식수난을 겪게 된다. 병원의 의료진과 환자들은 의료기기 작동이 중단돼 어려움이 가중된다. 시민들은 생필품을 구하지 못하면 약탈자가 되기도 한다. 휴대폰 사용이 중단되고, 양초 사용으로 인한 화재사고도 빈발한다.

요즘 남미 대륙이 대정전 사고로 혼란을 겪고 있다. 사고는 아르헨티나에서 났지만 전력망을 공유하는 우루과이, 파라과이, 볼리비아, 칠레 등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6000만명이 전기를 쓰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2011년에 이미 한 차례 대규모 정전사고를 겪었다.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닌 것 같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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