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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기생충·소주성 그리고 검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0 17:13

수정 2019.06.20 17:13

[윤중로] 기생충·소주성 그리고 검찰
얼마 전 숙제 하나를 해결했다.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을 짬을 내 봤다. 몇몇 장면이 다소 불편했지만 한국의 빈부격차 문제를 봉준호 감독의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영화 기생충에서 다뤄진 빈부격차는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근간으로 불리는 '소주성(소득주도성장)'과도 연관이 있다.

소주성 정책은 빈부격차 해소에서 출발한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대표되는 소주성은 가계소득을 올리면 소비와 투자가 함께 늘어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다. 그러려면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소득을 크게 올려 소비를 늘려야 한다. 이는 곧 빈부격차 해소다. 불황일수록 소비를 더 늘린다는 고소득층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영화 기생충에서 소주성 이야기까지 꺼낸 이유는 경제회복을 위한 황금열쇠가 소주성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다.

이미 수치상으로 증명됐다. 우리 국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2000년 58.1%에서 지난해 63.8%까지 꾸준히 개선됐다. 하지만 지난 1·4분기 한국 경제는 직전 분기 대비 0.4% 오히려 역성장했다. 성장률은 10년3개월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어디서 잘못된 걸까. 일단 '소득→소비→투자→성장'이라는 순서에 문제가 있다. '투자→성장→소득→소비' 순서가 더 맞다. 기업이 먼저 투자하고 성장해 고용률을 높이면 소비는 자연히 늘어난다.

대표적 성공 사례가 트럼프 행정부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정책이다. 주요 미국 기업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면서 미국 내 투자 활성화를 유도했다. 그 결과 미국은 실업률이 3%대 초반에 머물며 50년래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반면 올 1·4분기(1~3월) 국내 제조업체가 해외에 투자한 금액은 사상 최대였다. 같은 기간 국내 설비투자 규모는 17% 넘게 추락했다. 제조업의 '탈(脫)한국'으로 국내 일자리는 줄고, 소득이 없으니 소비가 늘어날 수 없는 악순환이다.

기업들은 표면적으로 강성노조와 고임금 등을 해외투자 확대의 이유로 그동안 내세워왔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선 기업 총수들의 운신 폭까지 급격히 좁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일자리 창출 기업인들을 만나 투자를 요청해도 대부분 총수들은 몸을 사리고 있다. 조기 은퇴하는 총수까지 생겼다.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냈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식물협회'로 전락했다.

현 정부 들어 기업들이 가장 눈치를 살피는 곳은 청와대가 아닌 검찰이다. 정권에 기생하지 않는 현 정부의 독립 검찰은 삼성, 롯데 등 대표 투자기업 총수들을 거세게 수사하고 언론에 공표하면서 나머지 기업 총수들의 투자심리까지 위축시켰다.

검찰이 경제 살리기에 나설 이유는 없다.
하지만 선량한 기업인들에게까지 심리적 공포심을 높여 경영활동과 투자를 위축시켜선 안된다. 윤석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기업인들이 소주성이 아닌 투자성에 입성하는 길이 가시밭길이어선 안 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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