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조창원 특파원】미·중 무역 전쟁과 홍콩 대규모 시위로 수세에 몰렸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박2일간 북한 방문을 통해 '북한'을 앞세운 반전카드를 확보했다.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를 비롯한 방문단은 21일 오후 전용기편으로 평양을 떠나 1박2일간 북한 국빈 방문을 마쳤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입지가 흔들렸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협력을 과시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을 위한 중재자로 전면에 나섰다. 시 주석의 이반 방북을 계기로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및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 등 소강상태에 빠졌던 소통과 협력 구도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황제급 의전… 북중 전략적 밀월관계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은 전반적으로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중 관계를 대외에 과시하기 위해 고도로 짜여진 각본과 같다는 평가다. 시 주석의 짧은 방북 일정에도 예전엔 없었던 최고의 황제급 일정이 연이어졌다.
환영의전부터 달랐다.
북한은 20일 시 주석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자 한 차례 대규모 환영행사에 이어 금수산 태양궁전 광장에서 또 환영의식을 열었다. 더구나 금수산 태양궁전 광장에서 환영행사를 치른 외국정상은 시 주석이 처음이다.
양국 정상은 금구산 영빈관에서 회담을 갖은 뒤에도 김 위원장의 집무실이자 북한 권력의 상징인 당 본부청사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북한과 중국이 모두 노동장 중심의 국정운영을 한다는 점에서 '당 대 당' 외교를 과시한 셈이다. 특히 이 곳에서 방북 중인 외국 정상과 별도의 기념촬영을 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북중 정상 부부가 함께 관람한 축하 공연인 북한 집단체조(매스게임) '불패의 사회주의' 역시 시 주석을 위한 특별 의전으로 꼽힌다.
이날 집단체조를 관람하기 위해 10만여명의 관중이 능라도 5·1경기장에 모여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원래 집단체조는 '인민의 나라'라는 제목으로 지난 3일 개막했다. 그러나 개막공연을 관람한 김 위원장이 문제를 지적한 이후 지난 10일부터 일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북중 우호를 강조하는 내용으로 대폭 수정할 것을 지시해 공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카드 G20서 화두 부상 예고
시 주석은 이번 방북을 기회로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벌어질 수세적 입지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선 미·중 간 '무역 전쟁'이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었다. 게다가 홍콩 대규모 시위와 인권 문제 등이 전방위적으로 제기될 경우 자유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대외 행보를 다니던 시 주석의 존재감에 금이 갈 우려가 컸다. 시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전략적 밀월관계를 과시하면서 이같은 위기상황을 반전시켰다.
우선 이번 G20 정상회의에는 북한을 제외한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북핵 6자회담 당사국의 정상이 모두 참석한다.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안보 문제를 함께 풀어가겠다고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이에 시 주석이 이번 평양회담의 결과물을 정상회의에 가져와 북한 이슈를 부각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중국과 미국간 껄끄러운 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북한카드가 등장할 가능성이다.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뿐만 아니라 미중 정상회담 협상 테이블에도 북한 카드를 올려놓을 수 있다. 일각에선 김정은 위원장이 시 주석과의 이번 만남에서 비핵화 관련 자체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해줄 것을 부탁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이 탄력을 받을 관측이 나온다. 반면,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 안보 문제에 대해 협력하겠다는 의견일치를 봤다는 점에서 중국이 참여하는 다자논의 구도가 부상할 수도 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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