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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다시보기]③해외선 유해성 따라 담배세금 다른데…韓은 왜?

뉴스1

입력 2019.06.23 09:56

수정 2019.06.23 09:56

전자담배를 겨냥한 복지부의 금연광고 © News1
전자담배를 겨냥한 복지부의 금연광고 © News1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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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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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형 전자담배 세금 올려야 vs 유해성 다른데 같은 세금 '불합리'
해외 금연정책, 차별화로 '덜 해로운 담배' 선택 도와야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쥴과 릴 베이버 등 액상형 전자담배 담배 판매가 본격화하면서 일반 담배 수준으로 세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물론 독일과 프랑스,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전자담배와 구강담배에 일반 담배보다 낮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전자담배와 구강담배를 금연 보조재로 보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니코틴에 중독된 흡연자들이 조금이라도 덜 유해한 담배를 선택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무조건 담배 세금을 동일하게 인상하기 보다는 유해성을 평가해 세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담배=일반담배, 세금 같야야 한다?…선진국은 정반대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쥴'(JUUL) 출시 이후 액상형 전자담배 세금 인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반담배(3323원)보다 45%가량 낮은 1769원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금이 낮은 이유는 담배사업법 때문이다. 담배는 연초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해 피우거나 흡입하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제품이어야 한다. 그러나 액상 전자담배는 담뱃잎에서 추출한 천연니코틴 또는 화학물질을 인위적으로 결합해 만든 합성니코틴을 사용해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를 비롯한 금연 단체는 형평성 차원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국회에는 담배의 정의를 기존 연초에서 니코틴까지로 확대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정부도 액상형 전자담배 세금 형평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일반소비세와 부가가치세 정도만 부과할 뿐 담뱃세를 부과하진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과 독일·프랑스·스페인·캐나다 등이 대표적이다. 액상 전자담배는 담배소비세가 없다. 미국도 일부 주에서만 세금을 부과할 뿐 대부분은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흡연 수단이 아닌 대체재로 보기 때문이다. 담배를 끊을 수 있으면 좋지만, 니코틴 중독 등으로 계속 피워야 하는 흡연자들에게 덜 해로운 영향을 준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이처럼 유해성을 고려하지 않은 한국의 일방적 세금 부과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연 운동가인 클라이브 베이츠(Clive Bates) 카운터팩츄얼 박사는 "세금은 유해성과 비례해 부과해야 한다"며 "더 유해한 제품은 더 많은 세금을, 덜 유해한 제품은 더 적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금을 올리는 것은 과하게 과세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흡연자가 덜 유해한 담배로 가는 것을 막는 흡연 조장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금연정책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위너(David Sweanor) 오타와대학 교수도 "전자담배에 일반 담배와 같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비인도적"이라며 "사람들이 더 안전한 제품으로 옮겨가는 것을 위축시키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경고그림 차별화로 '덜 안전한 담배' 택하게 해야

전자담뱃갑에 그려진 경고그림도 일반 담배와 달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말부터 전자담배에도 발암 세포 등 혐오스러운 경고그림·문구를 부착하고 있다. 니코틴 용액을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중독 유발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목에 쇠사슬이 감긴 그림으로 제작했다.

그러나 주요국에서는 일반 담배와 달리 전자담배에는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이 없다.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해물질이 적다는 점을 고려한 정책이다.

일반 담배의 경고 그림을 보고 대체재로 전자담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는 작업에 참여한 데이비드 스웨너 교수도 "리스크와 비례해 위험성을 경고하고, 세금 정책과 광고 규제가 함께 가야한다"며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흡연이 나쁘다면 더 나은 것으로 갈 수 있는 옵션이 필요하다"며 "일방적인 금연 정책은 쉽게 담배를 끊을 수 있는 흡연자에게 효과가 있지만, 그 외에 다른 흡연자는 대체재를 소개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공중 보건 사회 과학자인 제리 스팀슨(Gerry Stimson) 런던 위생 열대 의학 대학원 명예 교수 역시 "일반 담배가 아닌 대체재(전자담배구강담배)로의 전환이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며 "한국정부가 대체상품의 접근 막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에서는 일반 담배와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금은 물론 혐오그림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유해성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검증이 우선돼야 세금과 혐오그림 차별화 논의가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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