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저가항공사 실적 초토화… 신규업체 취항땐 더욱 나빠질 듯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3 17:25

수정 2019.06.23 17:25

계속된 출혈경쟁에 환율 ‘이중고’
LCC 1위 제주항공 2분기 영업익 작년보다 24.9% 떨어진 90억대
비수기 겹쳐 국제선 탑승률 부진.. 신규 진입땐 레드오션 현상 심화
저가항공사 실적 초토화… 신규업체 취항땐 더욱 나빠질 듯
저가항공사(LCC) 업계가 올해 2·4분기에 최악의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2·4분기가 1년 중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초라한 실적이다. LCC 업계의 출혈 경쟁이 계속됐을 뿐 아니라 불리한 유가 및 환율 등 '이중고'가 겹친 게 원인이 됐다. 업계는 올해 면허 취득에 성공한 신규 LCC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비행기를 띄우기 시작하면 실적에 대한 우려가 더욱 심화되면서 면세점과 같은 '레드오션'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의 올해 2·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컨센서스)는 90억원선에서 형성됐다. 이는 1년 전(119억원)보다 24.9% 가량 하락한 수치다. 순이익은 45.5%나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진에어도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44.6%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티웨이항공은 44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1·4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기록해 비상장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실적을 공개했던 에어서울도 올해 2·4분기 실적엔 먹구름이 꼈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2·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해 동기 대비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CC 업계의 실적 초토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환율이다. 달러대비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의존도가 큰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 특히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 항공사들에게 직격탄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최대항공사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920억원의 외화손실이 발생한다.

실제로 달러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4월 15일 1133.50원으로 최저치를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이어 지난 5월 17일 1195.50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뒤 21일 1163.50원으로 소폭 떨어졌다. LCC 업계 관계자는 "올해 2·4분기는 환율 약세 때문에 모든 항공사의 실적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4분기 대비 유류비도 배럴당 5.5달러 상승하면서 비용 부담이 늘었다. 지난 5월 16일 배럴당 82달러였던 항공유가가 지난 7일 72달러로 하락했지만, 비용 절감 효과는 3·4분기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유가수준이 유지될 경우 계절적 성수기인 3·4분기에는 항공사들의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비수기인 만큼 수요 둔화도 본격화됐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5월 전국공항 국제선 탑승률은 78.9%로 2017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LCC의 국제선 탑승률은 77.4%을 기록하며 평균치를 하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 부담과 수요 둔화가 겹쳐 LCC 업계가 2·4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며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하락이 이어지고 경쟁이 보다 심화된다면 LCC 업계의 실적 개선은 더딜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에어로케이,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등 신규LCC가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경유 LCC 업계의 레드오션이 가속화되지 않을 지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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