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구속, 민주당 내부엔 강경론 많은 것으로 알려져
文지지자·당원, '민주노총=신(新)적폐' 규정하기도
(서울=뉴스1) 이우연 기자 =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데 대해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다. 민주노총과 거리두기를 하는 여당의 속내에는 민주노총에 비판적인 문재인 대통령 및 민주당 지지층 여론을 등에 업은 행보라는 분석이 있다.
김 위원장의 구속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각각 "무관용 원칙"과 "엄격한 법 집행"을, 정의당이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사이 민주당은 겉으론 잠잠한 모습이다. 정당 명의의 논평 한 줄 나오고 있지 않고 소속 의원들도 입장 내놓기를 꺼리고 있다. 거기에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 작성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의 구속 결정을 문재인 정부의 노동 탄압 전면화라고 정의하며 "문재인 정부를 끌어내리기 위한" 대정부 강력 투쟁을 선언한 상태다.
민주노총과 여당의 관계는 작년 홍영표 원내대표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삐걱댔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반대, 한국GM의 연구·개발 법인분리 반대 등의 이유로 민주노총은 홍 원내대표의 동선마다 나타나 기습 시위를 벌이고 지역사무실을 점거했다.
홍 원내대표도 이에 물러서지 않고 "지금 민주노총과는 대화로 뭐가 되지 않는다. 항상 폭력적인 방식을 쓴다"고 표현하며 민주노총과 대립각을 세웠다.
여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민주노총이 불참키로 하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반대하며 국회 앞에서 지속적으로 집회를 벌였고 김 위원장이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위원장 구속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정당 명의의 논평을 내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위원장 구속을 비호하는 논평을 내든 비판하는 논평을 내든 한국당과 정의당 등 양쪽에서 비판의 여지를 줄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위원장 구속을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중앙당직자는 "한국당에선 민주노총을 비호하느라 논평을 안 내냐고 하지만 사실 당내에선 민주노총의 행위에 대해 위법처리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쪽이 꽤 많다"고 전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함께 연대했던 옛정을 생각해서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자제하는 것일 뿐이지 민주노총의 행태를 안 좋게 보는 내부 기류가 더 많다"고 말했다.
노동계 몫으로 최고위원직을 맡은 이수진 최고위원만이 유일하게 공식 석상에서 김 위원장 구속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이 역시 한층 다운된 톤이었다. 이 최고위원은 "현재 상황은 답답하다"며 "잘잘못은 법 앞에 평등하게 따져야겠지만 불구속 수사를 통해 조사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현장에서 들린다"고 말했다.
여당이 민주노총과 거리 두기를 할 수 있는 이유에는 문재인 대통령 및 다수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민주노총에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선 민주당 관계자는 "2015년에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며 입당한 당원들은 강경한 노동운동 방식에 거부감을 가지는 등 중도적 성향이 강하다"며 "이들 대다수는 민주노총과 민주당이 거리 두기를 원한다"고 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민주노총을 '신(新)적폐'로 규정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팬카페 등 지지자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보면 민주노총에 대한 비토 감정은 문재인 대통령 집권 첫해부터 싹텄다. 민주노총이 개방된 청와대 앞길에서 시위한다거나 대통령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이들에 대한 거부 감정이 격렬해진 것.
권리당원만 게시글을 작성할 수 있는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도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적인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김 위원장 구속이 결정된 지난 21일 금요일부터 약 16건의 민주노총을 규탄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한 당원은 "민노총 노조이긴 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노사정 모여 대화로 해결하자는데 대화로 투쟁하겠답시고 거부하는 데가 민주노총이더라"며 "민노총은 한 번도 도움 된 적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당원은 "민노총 파업할 때마다 비정규직 비노조원 노동자들 대신 갈려 나가고 자기들끼리만 챙기는 이익집단일 뿐 정의로운척 하지 말았으면"이라고 글을 남겼다.
한편 서울남부지법은 21일 김 위원장에 대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역대 민주노총 위원장 중 5번째 구속사례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지난 3월27일과 4월2~3일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 도중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의 플라스틱 방어막을 뜯어내거나 경찰방패를 빼앗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불법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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