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오진에 치료시기 늦어져 숨져..법원 "병원 책임 50%"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6 13:14

수정 2019.06.27 11:08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두 번이나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병명을 제대로 진단받지 못해 치료가 늦어져 숨진 60대 여성의 유족들에게 병원 측이 4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이지현 판사는 A씨(사망당시 64세) 유족이 가톨릭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 457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두 차례 입원치료 받았지만 사망
A씨는 2015년 1월 치핵수술 뒤 잦은 설사와 함께 심한 복통이 이어지자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의료진은 엑스레이·컴퓨터단층촬영(CT)·혈액검사 등을 통해 A씨의 병명을 감염성 대장염으로 진단하고 입원치료를 시행했다. 의료진은 나흘간의 약물 치료를 통해 A씨의 상태가 호전됐다고 보고, 퇴원조치했다.

그러나 일주일 뒤 A씨는 증상이 재발해 같은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검진 결과 항문 주위 염증이 매우 심한데다 입안에는 궤양이 관찰됐다. 외과수술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라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입원상태에서 약물치료만 이뤄졌지만, A씨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차도가 보이지 않던 가운데 어느 날 새벽 A씨는 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의료진이 복부 CT를 시행한 결과 급성 위궤양 천공(장이 뚫림) 및 복막염 진단이 나왔다. A씨는 바로 수술을 받았으나 패혈성 쇼크와 다발성 장기 부전(장기 기능의 멈춤)으로 인해 2015년 2월 끝내 숨졌다.

이에 A씨의 남편과 자녀 등 유족들은 “두 차례 입원해 여러 검사 및 치료를 받았음에도 병원 측은 A씨의 병명을 감염성 대장염으로만 진단하고, 궤양성 대장염을 진단하지 못했다”며 “복막염 수술이 늦어져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패혈증으로 악화돼 사망했다”면서 병원을 상대로 약 1억1000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성 재발성 질환이다. 반면 감염성 장염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장에 감염을 일으켜 설사나 복통으로 이어지는 흔히 볼 수 있는 질병이다.

■법원 "재원입 때 적극적 검사 하지 않아"
법원은 재입원 당시 병원의 의료과실이 일부 있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궤양성 대장염과 감염성 대장염은 증상이 설사·복통으로 유사하고, 내시경으로도 두 질환의 감별이 매우 어려워 조직검사나 임상결과를 같이 고려해야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며 “A씨가 1차 입원 당시 감염성 장염으로 치료한 것은 현 임상의학 수준에 비춰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감염성 대장염의 경우 항생제 치료 등을 시행하면 쉽게 회복되는데, A씨는 회복되지 않았고, CT 결과 대장염이 심해졌다”며 “재입원시에는 다른 질병의 가능성을 염두하고 적극적인 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병원의 진단상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궤양성 대장염과 감염성 대장염의 치료방법은 다름에도 오진으로 적절한 치료가 조기에 이뤄지지 못해 A씨의 사망에 영향을 끼쳤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다만 궤양성 비교적 드문 질환이고, A씨가 병원에 오기 바로 전 치질수술을 받은 상태여서 초기 진단이 혼동될 수 있었다”며 “일반적 치료방법을 시행하고 경과를 관찰하며 적절한 검사를 시행했던 점에 비춰 병원의 책임을 50%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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