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고유정 조리돌림 막으려다 되레 조리돌림 당한 경찰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6 22:50

수정 2019.06.26 23:01

부실수사 논란 확산, 담당경찰 파면 청와대 국민청원 등장
“홧병 유발자”…제주동부서 홈페이지 게시판 비난 글 쇄도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고유정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사체손괴·사체유기·사체은닉이며, 지난 12일 검찰로 구속 송치된 가운데 범행 동기와 수법에 대해 계속 입을 다물고 있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뉴스1]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고유정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사체손괴·사체유기·사체은닉이며, 지난 12일 검찰로 구속 송치된 가운데 범행 동기와 수법에 대해 계속 입을 다물고 있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뉴스1]

[제주=좌승훈 기자]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36·구속)에 대한 부실수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제주동부경찰서장과 담당 경찰관의 징계와 파면을 청원하는 글이 올라왔고, 제주동부경찰서 홈페이지 '칭찬한마디' 게시판에도 ‘고유정과 공범급인 무능력의 동부경찰들을 칭찬합니다’라는 내용의 경찰수사를 조롱하는 글과 함께 수사 지휘관인 경찰서장을 겨냥한 비판 글도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주동부경찰서장 및 담당 경찰관의 징계 및 파면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린 작성자는 "담당 경찰이 수사의 기본인 범죄현장을 보존하기 위한 폴리스 라인을 치지 않은 것은 물론 범죄현장 청소까지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장소 주변 CCTV조차 유가족이 찾아줬으며, 범행 당일 시신으로 유추할 수 있는 쓰레기봉투를 유기하는 장면이 담긴 CCTV는 유가족에게조차 밝히지 않았고, 피의자 조리돌림을 우려해 현장검증조차 실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경찰이 피해자와 유가족 인권은 무시한 채 피의자를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여 많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며 "담당 경찰들이 부실수사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26일 고유정이 범죄 현장 인근 클린하우스에 쓰레기봉투 4개를 버리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 영상은 유족들이 고유정의 범행 후 동선을 경찰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제주동부경찰서 홈페이지 칭찬합니다 게시판. 유족에 의해 고유정이 범행장소 인근에 시신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쓰레기 종량제봉투를 버리고 가는 장면이 공개되고, 경찰서장의 '현대판 조리돌림' 발언까지 흘러나오면서 경찰 부실수사를 지적하는 비판성·조롱성 글들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제주동부서 홈페이지 캡처]
제주동부경찰서 홈페이지 칭찬합니다 게시판. 유족에 의해 고유정이 범행장소 인근에 시신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쓰레기 종량제봉투를 버리고 가는 장면이 공개되고, 경찰서장의 '현대판 조리돌림' 발언까지 흘러나오면서 경찰 부실수사를 지적하는 비판성·조롱성 글들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제주동부서 홈페이지 캡처]

제주동부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경찰수사의 부실함과 미흡함을 비판하는 글이 쇄도 하고 있다. 이날 오후 10시 현재 동부서 '칭찬한마디' 게시판에는 ‘홧병유발자 제주동부서’, ‘부실 수사 잘한 제주 경찰 칭찬합니다’, '선량하고 성실한 경찰들 얼굴에 먹칠하지 마라!‘ 등 관련 댓글이 30건이 게재돼 있다.

초동 수사를 맡았던 동부서 소속 경찰관 5명의 공동명의로 올라온 경찰 내부 통신망 ‘폴넷’의 입장문에 담겨있는 ‘현대판 조리돌림’을 겨냥한 내용도 눈에 띈다. 이들은 부실수사와 은폐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20일 현장검증을 실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야만적인 현대판 조리돌림'이 될 것이라는 경찰서장의 결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림돌림이란 육체적 체벌은 없지만 해당 죄인의 죄상을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서 죄인으로 하여금 수치심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고의로 망신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이에 대해 모 작성자는 “조리돌림이 야만적이라면 현장검증을 강력히 바란 국민들은 죄다 야만인이군요. 그동안 모든 사건의 현장검증을 지켜본 국민과 이를 시행한 경찰도 다 야만인이군요”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의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유정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사체손괴·사체유기·사체은닉이며, 지난 12일 검찰로 구속 송치된 가운데 범행 동기와 수법에 대해 계속 입을 다물고 있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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