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 시글리, 25일부터 연락 두절돼 행방불명 상태
호주 "상황 확인하고 조치 취할 것"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추정되는 호주 출신 북한 유학생 알렉 시글리(29)의 아내는 그가 실종되기 전 아무런 징조가 없었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유카 모리나가(26)는 호주 뉴스코퍼레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시글리가 평양에서 행방이 묘연해진 일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며 지난 24일 밤 그들이 얘기할 땐 "그 어떠한 이상한 조짐도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유학 중인 시글리는 25일부터 연락이 닿지 않고 있으며, 북한 당국에 체포·구금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영어와 한국어로 다양한 북한에서의 일상을 활발히 전하던 그의 소셜미디어도 지난 25일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시글리의 가족은 28일 그가 구금됐는지 여부에 대해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글리와 모리나가는 사람은 지난해 평양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모리나가는 현재 일본 도쿄에 거주 중이며, 시글리와는 주로 왓츠앱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모리나가는 "그는 일반적인 서구 미디어와 달리 북한을 이해하게 도우려 했다"며 "그는 그곳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대사관이 없는 호주 당국은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시글리 가족에 영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스웨덴 외무부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스웨덴 정부가 말할 수 있는 건 우리가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호주와의 협정에 따라 다루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마티스 코먼 호주 재무장관은 기자들에게 "북한의 스웨덴 정부(대사관)를 통해 시글리 관련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주한 호주 대사관이 북한 내 관련 당국자들에게 연락을 취했으며 북한의 영사 지원에 일부 복잡한 문제가 있어 스웨덴을 통해 모든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또한 국영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과 관련해 다른 여러 나라로부터 지원과 도움을 주겠다는 의사를 들었다면서 "우리는 계속 이 문제에 날카롭게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시글리는 작년 4월 김일성종합대학 조선문학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지인들과 함께 외국인에게 북한 여행사 '통일 투어스'도 운영 중이며, 올해 초 영국 가디언에 자신을 '북한에 사는 유일한 호주인'이라고 표현하며 북한 생활을 설명하는 기고문을 싣기도 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시글리가 북한 관영 노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매력적이고 세계에 북한 같은 나라가 없다"고 했던 사실을 들며 "구금됐다면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아직 시글리의 구금 여부와 관련해 아무런 반응도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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