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면허증을 빌려주는 대가로 매달 30만원을 챙겼다가 형사처벌까지 받은 간호사가 당국의 간호사면허 취소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전직 간호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간호사 면허취소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고 판결했다.
A씨는 2010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전남의 한 병원에 자신의 간호사 면허증을 빌려주는 대가로 매달 3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6년 5월 의료법위반죄로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형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A씨에게 간호사면허 취소 처분을 내렸다. 구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5호는 면허증을 빌려준 경우 당국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건강이 악화돼 일을 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친척의 부탁을 받아 불가피한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생계가 어려워져 별다른 도리가 없던 상황에서 ‘잠시만 면허증을 빌려 달라’는 부탁을 받아들였을 뿐인데, 이 같은 처분은 너무 과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인의 업무는 일반 국민의 생명·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의료법의 규정은 철저히 준수돼야 한다”며 “면허취소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의료법이 정한 질서의 유지에 있고, 이로 인해 침해되는 A씨의 이익과 비교하더라도 그 공익의 정도가 결코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사 면허증 대여행위는 면허증이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의료행위에 사용되거나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간호사가 마치 해당 병원의 소속인 것처럼 허위 등록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하는 등 중한 위법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며 “대여행위의 대가로 지급받은 액수의 규모를 불문하고 이를 근절할 필요나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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