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김밥싸서 보냈는데, 내일은 뭐 싸줄지 벌써부터 걱정돼요"
민주노총 산하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노동자들이 3일 파업에 돌입하면서 '급식대란'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일부 학교에선 급식 대신 빵과 우유를 제공하고, 모자랄 경우를 대비해 개인 도시락을 지참하라는 가정통신문을 내려보냈다.
3일 오전 경기도 안양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저마다 집에서 싸온 도시락 가방과 쇼핑백 등을 들고 등교했다. 해당 학교는 지난주 금요일 '학교 비정규직노동자 파업으로 인해 급식 대신 빵과 주스 등이 나오지만 모자랄 경우를 대비해 가정에서 개인 도시락을 준비해 달라'는 안내문을 보냈다. 이 학교는 5일까지 사흘간 단팥빵과 크림빵 등 번갈아가며 빵을 급식으로 제공한다.
학부모들은 주로 "파업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불편한것도 사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학부모 김모씨(43)는 혹시 빵으론 부족할 아이를 위해 김밥을 도시락통에 싸서 보냈다. 김씨는 "도시락 싸줄 여력이 없는 주변 엄마들은 아침을 일부러 많이 먹여 보낸다고도 하더라"라며 "그 분들(학교 비정규직)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애들 밥은 먹이고 해야지, 매년 연례행사처럼 되는것 같아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문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그래도 빵보단 밥이 나을텐데…"라고 덧붙였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는 학부모 투표를 통해 전 학년 단축수업을 결정했다. 같은날 오후 해당 학교 앞에는 일찍 끝나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 이모씨(37)는 "평소 같으면 학교수업 후 정문 앞에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원차들이 가득 찬다"며 "학원들이 보통 오후 1시 이후에 문을 여는데, 오늘은 할 수 없이 아이를 데리러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돌봄교실을 하는 아이들의 경우 도시락도 따로 싸와야 한다는 공문이 내려왔다"며 "파업하시는 분들 마음도 이해되지만 불편한 마음은 어쩔수 없다"고 전했다.
불만의 목소리도 높았다. 학부모 박모씨(41)는 "왜 이런 식으로밖에 처우개선 요구를 못하는건지 모르겠다"며 "아이들 급식이 볼모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적수(붉은 수돗물) 현상으로 지난달 대체급식을 실시한 인천시 학교도 다시 급식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인천 서구의 한 중학교는 지난달 적수현상으로 빵과 우유를 나눠주며 대체급식을 실시했다. 최근 급수차를 들여와 급식을 다시 재개했지만 파업이 시작되는 오늘부터 사흘간 다시 빵과 우유로 대체급식이 진행된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교당 보통 3~4명의 조리사가 있는데, 한 명의 조리사가 100인분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처우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급식과 함께 대란을 겪을 것이라 예상됐던 돌봄교실의 경우 서울은 기존 교직원들이 대체로 투입되는 등 대부분 학교측에서 대안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역별로는 전라북도 41곳, 강원도 39곳, 전라남도 30곳의 학교가 돌봄교실을 미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교육부가 3일 파악한 이번 파업 참여인원은 총 2만2004명이다. 전국 학교 비정규직(15만2121명)의 14.5% 수준이다. 파업으로 인해 대체 급식이 실시되는 공립학교는 총 2572개교다. 전국 학교가 1만438개교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공립학교의 24.64%가 이번 파업으로 급식에 차질을 빚었다. 745개교는 기말고사로 급식이 미실시되며 230개교는 단축수업을 실시키로 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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