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한국에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AI)"을 조언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국내 AI 기업에 대한 투자를 약속하면서 관련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일 손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등 젊은 한국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래를 주도할 AI 기술에 대해 논의했다.
회동을 마친 손 회장은 AI와 관련해 '한국기업과 함께 투자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며 투자 의향을 밝혔다. 이날 동석한 이 GIO와 김 대표는 국내 인터넷 및 게임 업계에서 AI 개발에 열중하고 있는 기업들로 꼽힌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전 세계 IT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100조원 규모로 조성한 '소프트뱅크비전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에 더해 AI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100조원 규모의 2호 펀드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AI 기업이 아닌 대상은 관심이 없다"고 밝힐 정도로 AI 기술이 향후 글로벌 경제 패권을 다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술로 보고 있다.
손 회장이 투자한 국내 기업으로는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대표적이다. 쿠팡은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지금까지 총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손 회장의 대규모 투자를 발판삼아 급성장한 쿠팡은 현재 1억2000만종의 상품을 판매하며 지난해 4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쿠팡은 AI 기술을 활용해 한 번도 팔린 적이 없던 상품을 고객에게 추천해 매출을 늘리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AI 기반 부정거래 탐지 시스템 역시 대규모 결제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소프트뱅크 그룹의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하는 소프트뱅크벤처스는 AI 딥러닝 머신비전 검사 솔루션을 제공하는 '수아랩', 축구영상을 분석하는 AI를 개발한 '비프로일레븐', AI 기반의 의료 영상 분석을 제공하는 '루닛' 등의 국내 AI 스타트업에 투자한 바 있다.
수아랩은 머신비전 분야에 최초로 딥러닝 기술을 도입한 제조업 분야의 무인 검사 솔루션 '수아킷'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수아킷은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전기·전자 산업군을 비롯한 다양한 제조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비프로일레븐은 직접 개발한 카메라로 경기를 촬영해 AI 기술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분석해 팀과 선수별 맞춤 데이터 리포트를 제공한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비롯한 7개 국가 120개 이상의 구단이 비프로일레븐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루닛은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도 가장 주목하는 회사 중 하나다. 이 회사의 '루닛 인사이트'는 AI 기반의 실시간 의료영상 진단 소프트웨어로, 흉부엑스선을 이용한 주요 폐질환을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손 회장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접견한 자리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가 넘는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만큼, 앞으로 AI 관련 투자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의 AI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손 회장이 다시 한 번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준 덕분에 관련 스타트업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의 데이터 규제 완화 노력 등이 뒷받침 된다면 국내 AI 분야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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