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상자텃밭·농업공화국… 서울, 도시농업으로 미래를 짓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7 17:13

수정 2019.07.07 17:17

김두일 선임기자가 만난 사람
송임봉 서울시 도시농업과장
도시농업 시대 이끄는 서울시, 2012년 조례 제정…2014년 전담조직 신설
텃밭가꾸기·주말농장으로 시민들 유인
성인 기준 10명중 1명이 '도시 농사꾼'
미래세대를 위한 '블루오션'
농업, BT·IT 접목하면 가능성 무궁무진..농식품 분야 고용창출에서도 결실..먹거리창업센터 2년만에 누적매출 266억
농업, 시민들의 일상이 되도록
마곡동에 1만㎡ 농업공화국 2021년 개장..관련 교육 받을수 있는 지원체계 만들것
김두일 선임기자
김두일 선임기자
서울은 고도의 밀집된 형태로 개발돼 왔다. 이 때문에 도시농업이 들어설 수 있는 텃밭을 확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도심 내 자투리땅, 건물 옥상·베란다 등 틈새공간을 발굴해 텃밭으로 활용하고 텃밭 확보가 어려운 경우 상자텃밭을 보급하고 직장인 주말농부들을 위해 서울 외곽에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서울시 도시농업정책 현장을 둘러봤다. 또 도시농업이 새로운 산업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서울시 송임봉 도시농업과장을 만나봤다.
송임봉 서울시 도시농업과장
송임봉 서울시 도시농업과장

―서울시 도시농업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농업이야말로 가장 전통적인 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업이야말로 가장 혁신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다. (농업은) 우리 생활을 지탱하는 근간이자, 가장 도시와 도시를 잇고 지방과 도시를 잇고, 사람과 사람을 이을 수 있는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서울의 경우 농업은 극히 한정된 일부 시민만 지을 수 있는 농업인만이 행정대상이었다.(강서 지역과 송파 일부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아직도 논농사 등을 영위하며 살고 있다) 다시 말해 서울시 농업행정은 일부 농업인만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2012년 박원순 시장이 서울 도시농업 원년 선포 이후 모든 시민에게까지 확대됐다. 그 이전까지 도시농업은 일부 시민이 개인·가족 단위로 서울 근교 주말농장에서 작물을 가꾸거나 주택 내 베란다에 상추나 고추를 심는 수준에 불과했다. 서울은 2012년 12월 도시농업조례를 제정하고, 2014년에는 도시농업 전담부서로 도시농업과를 신설해 조직적 체계를 갖춰놨다. 지금은 도시농업 참여인구가 초창기 4만5000명에서 현재 63만3000명(14배)이 도시농업 일꾼으로 일하고 있다. 젊은층을 비롯해 다양한 연령대에서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참여도는 서울시민 성인을 기중으로 할 때 10명 중 1명은 도시농사꾼으로 보면 된다.

―서울 도시농업 정책이 탄력을 받겠네요.

▲지난 몇 년의 경험을 토대로 도시농업 환경과 여건 변화를 반영시키겠다. 서울을 세계적인 도시농업 모범도시로 만들겠다. 지금까지 소개한 것은 도시농업 마스터플랜 1.0과 2.0이었다. 이 플랜의 3.0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다. 이달 안으로 그 계획을 발표하겠다.

―지금 주력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도시농업의 확산성·확장성은 몹시 크다. 먹거리를 만드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고, 새로운 산업이 될 가능성과 가치를 갖고 있다. 농업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핵심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블루오션이다.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과 접목한 미래농업의 모습을 보여주겠다. 신당역 유휴공간 1000여평(3300여㎡)에 미래농업 플랫폼을 조성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공간을 내주고, 민간자본을 투자받아 조성하려고 한다. 수직농장, 아쿠아포닉스 등 스마트팜, 체험·교육·홍보관, F&B(식음료 코너) 등 시설을 만들겠다. 또 올해 안에 상도역, 천왕역, 을지로3가역, 충정로역, 답십리역 등에 도시형 스마트팜을 들이겠다. 또한 학교 텃밭을 많이 개간하겠다. 도시농업은 삭막한 도시공간에서 생명을 가꾸는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도시농업은 굉장히 중요하다. 최근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 문제가 심각하고 부적응 학생도 늘고 있다. 학교 내 텃밭 교육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 학생들에게 직접 농작물을 가꾸게 하는 것보다 교육적 효과가 뛰어난 것이 없다는 많은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텃밭은 학생들에게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서로 돕는 삶의 방식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또 미래세대들이 환경의 중요성과 농업의 가치를 체득하는 산교육이다. 현재 2133개 유치원, 초·중·고교 중 64%에 텃밭을 만들었다. 나머지 학교에도 텃밭을 만들겠다. 또한 아파트 단지 내 자투리 공간이나 아파트 건물 외벽과 옥상 등을 활용해 공동체 텃밭을 만들겠다. 임대아파트에서 우선 추진해 민간아파트까지 파급시키겠다.

―도시농업으로 청년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있다.

▲서울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농식품 분야(Food―Tech, Agri―Tech) 창업보육센터인 서울먹거리창업센터(Seoul Food Startup Center)를 2016년 12월 개관, 약 2년 만에 입주기업의 총 누적매출액 266억원, 투자유치 52억원, 고용창출 146명 등의 성과를 얻었다. 센터는 농식품산업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사무공간 제공은 물론 마케팅, 투자유치, 기술개발 등 분야별 전문가 멘토링, 국내외 전시회 참가 지원, 농식품 관련 기업과 유관기관 네트워킹, 입주사간 협업을 지원하고 있다. 전통적인 농식품 제조업부터 가정간편식(HMR) 개발, 도농상생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다문화 이주여성 요리강사 양성, 농산물 저장기간 증대 기술 등 농식품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분야의 애그리테크(Agri―Tech) 혁신기업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가 2021년까지 서울 마곡동에 건설할 농업공화국 조감도.
서울시가 2021년까지 서울 마곡동에 건설할 농업공화국 조감도.

―농업공화국을 조성 중이라고 들었는데.

▲국내 최초로 건립되는 도시농업복합공간이다. 농업의 과거·현재·미래와 도농상생의 모든 것을 한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서울농업의 상징적 공간이자, 도시농업 비전과 철학을 시민과 공유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교육·체험·문화 복합공간이다. 농업공화국은 서울 마곡동 일대 1만2012㎡(약 3640평) 규모에 지하 1층~지상 3층으로 조성한다. 농업전시관, 갤러리, 지역농특산물 홍보·판매장, 스타트업 공간 토종씨앗은행, 로컬푸드 레스토랑, 체험농장 등이 들어선다. 2021년 개장 예정이다. 이 공화국은 서울농업의 과거·현재·미래를 담아 도시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확산하는 상징공간이 될 것이다. 또 전국지역 농특산물이 상설 전시되는 도농상생의 장이 될 수 있다.

―도시농업 현장에서 가장 높은 호응을 얻은 사업이 있다면 뭣을 꼽겠나.

▲반려식물 보급사업을 꼽을 수 있다. 반려식물은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우울증, 치매, 고독사 등 각종 노인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소득 홀몸어르신에게 반려식물을 보급, 정서적 안정과 활력을 드리고 있다. 이 사업은 2년 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4000명에게 보급했다. 올해는 6000명에게 보급할 예정이다. 단순히 반려식물만 보급하는 것이 아니다. 원예치료사, 자치구 생활관리사가 주기적으로 방문해 원예치유와 생활관리를 함께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도시농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가.

▲그간 서울 도시농업은 양적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도시농업이 모든 시민의 일상이 되도록 하겠다.
주말농장이나 도심 텃밭뿐 아니라 옥상, 베란다, 실내공간, 사무실, 심지어 건물 벽면까지 가능한 모든 공간을 활용해 농작물을 가꾸는 일상을 만들겠다. 또 시민들이 농사에 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필요하다면 언제 어디서든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갖추겠다.
또 도시농업을 서울에 맞는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겠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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