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를 공언했다가 한국 국적을 포기한 가수 유승준씨(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에 대해 우리 정부가 비자발급을 거부하며 입국을 제한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법부가 병역회피를 사실상 합법화시켜준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일각에선 절차상 하자를 법원이 바로 잡은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는 등 유씨 입국을 둘러싼 찬반여론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선 1·2심은 "유씨가 입국해 방송·연예 활동을 할 경우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병역의무 이행 의지를 약화시켜 병역기피 풍조를 낳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적법한 입국 금지 사유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비자발급 거부 처분에 행정절차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우리 정부가 비자발급 거부 사실을 유씨의 부친에게 전화로 알린 것은 '행정처분은 문서로 해야 한다'는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이 판결에 대해 온라인상에는 사법부를 비롯해 정부까지 싸잡아 성토하는 비난여론이 거세다. “군대가지 말고 이리저리 소송걸어라. 기다리는 동안 나이 지나갈수 있다" "그럼 다들 영주권 따서 병역기피하고 다시 들어오면 되겠네. 국민정서는 하나도 생각않는 대법" "여자인데도 이렇게 열 받는데 군대갔다 온남자들 진짜 피가 거꾸로 솟겠네"등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반면 일부에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입대를 안 한 것이 법을 어긴 건 아니지 않냐" "군대 안 간 사람도 많을텐데 이렇게 오래 입국을 막을 일은 아닌 듯 하다”는 등의 목소리도 나왔다.
대법원 관계자는 "(병역기피로) 유씨는 충분히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지만 입국금지결정이나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적법한지는 실정법과 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며 "대법원은 입법자가 정한 입국금지결정의 법적 한계, 사증발급 거부처분과 같은 불이익처분에 있어 적용해야 할 비례의 원칙 등을 근거로 재외동포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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