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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라이언 킹' 기술의 진화, 부모되어 깨닫는 원작의 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2 09:33

수정 2019.07.12 09:33

“원작에 충실한 스토리텔링과 진화된 기술의 만남”
영화 '라이언 킹' 보도스틸(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fnDB
영화 '라이언 킹' 보도스틸(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fnDB

영화 '라이언 킹' 보도스틸(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fnDB
영화 '라이언 킹' 보도스틸(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fnDB

영화 '라이언 킹' 보도스틸(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fnDB
영화 '라이언 킹' 보도스틸(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fnDB

영화 '라이언 킹' 보도스틸(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fnDB
영화 '라이언 킹' 보도스틸(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fnDB


인간이 결국 이 세상 동물을 창조하기에 이르렀다. 스크린 속 아프리카 대초원을 누비는 굼벵이부터 맹수 사자까지 살아 움직이는 모든 동물과 식물, 그들이 누비는 대자연이 최첨단 영상기술의 산물이다. 참으로 기묘하면서도 경이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만든 ‘라이언 킹’은 기술적으로 대단히 선구적인 작품이다. 과연 이 영화는 실사일까, 애니메이션일까? 존 파브로 감독은 답한다.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마법 같다. 우리는 새로운 매체를 발명했다.”

그렇다면 스토리는? 원작과 똑같다. 완전히. 왕국의 후계자인 어린 사자 ‘심바’가 삼촌 ‘스카’의 음모로 아버지 ‘무파사’를 잃고 왕국에서 쫓겨난 뒤, 죄책감에 시달리던 과거의 아픔을 딛고 암사자 ‘날라’와 ‘하쿠나 마타타’ 친구들과 함께 진정한 자아와 왕좌를 되찾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2019년 버전 ‘라이언 킹’은 “원작에 충실한 스토리텔링과 진화된 기술의 만남”으로 요약된다.

사바나 평원의 일출과 함께 시작되는 ‘라이언 킹’의 그 유명한 오프닝도 그대로 재현된다. 심바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하나둘씩 모여든 무리의 동물, ‘주술사’ 사바나원숭이의 축복 그리고 대자연의 순환을 노래하는 ‘서클 오브 라이프’까지. 동물들의 너무나 사실적인 모습에 넋을 잃고 보다가 현실적으로 이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기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 영화를 보고 자란 어린이들은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가 보여주는 약육강식의 세계에 충격을 받지 않을까? 극중 심바가 무파사에게 백수의 왕이 누리는 특권에 대한 묻고 답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 장면이 그 나이에 눈에 들어올까.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영화의 모든 것은 지극히 사실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동물들의 종, 식물의 종류, 바위의 색깔, 일출과 일몰 등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동시에 원작의 익숙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대자연, 그 속의 캐릭터 등 모든 것이 최대한 사실적으로 보이는 선에서, 심바와 스카, 무파사, 날라는 서로 대화를 나누고 호기심과 즐거움, 두려움과 슬픔, 분노를 표현한다.

아무리 슬프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에서도 지나친 과장은 없다. 각 동물이 원래 갖고 있는 습성 내에서 액션과 리액션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어린 심바는 그 흔한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 오로지 눈빛과 목소리 연기로 그 슬픔과 두려움을 표현해낸다.

개그 콤비 미어캣 티몬과 멧돼지 품바가 등장하는 신도 마찬가지. 관객을 웃기려고 과장된 얼굴 표정이나 몸짓을 구사하지 않는다. 목소리 연기자들의 힘을 빌어 유머를 구사하는데 놀랍게도 어김없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제작진은 극사실주의 영상을 위해 영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약 75%를 촬영하고, 그들의 사운드를 녹음했을 뿐만 아니라 ‘블랙 박스 극장’이라고 부르는 기법으로 연기자들의 사실적이고 인간적인 감정을 포착해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관객의 외면을 받기 마련이다. ‘라이언 킹’은 뻔히 다 아는 이야기라 초반에 우려의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새 이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디즈니의 권선징악 드라마에 편견을 갖고 있던 20대 때와 달리, 무파사처럼 부모가 된 40대가 되니 오히려 ‘라이언 킹’이 품고 있는 다채롭고 다층적인 원작의 힘을 새삼 깨닫게 된다고 할까.

특히 무파사가 심바에게 들려주는 인생의 가르침, 우리 인간이 잊지 말아야 할 생명 순환의 가치가 더없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하쿠나 마타타’를 외치는 두 개그 콤비의 모습을 보고 20대 때보다 더 위로받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도, 달라진 변화다.

결국 고통과 상처를 극복하려면 그것과 마주해야하지만, 그 마주할 힘을 충전할 때까지 잠시 잊거나 피해도 좋다고 말해주는 그 기분좋은 주문이,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니까.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이 세계적으로 흥행한 이유는, 어린이 관객이 이 작품을 좋아한 것보다 이 작품에 반한 부모가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 아닐까.

존 파브로 감독은 영화 촬영 전 우연히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을 갔다가 대중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라이언 킹’의 힘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고 한다.


“흑멧돼지가 사파리 차량 옆을 달릴 때 일행 중 한명이 ‘하쿠나 마타타’를 불렀죠. 바위 위에 있는 사자들을 보았을 때는 다들 “저것 좀 봐. ‘라이온 킹’ 같아”라고 말하는 순간, 이 작품의 힘을 다시금 깨닫게 됐죠.”

엘튼 존과 팀 라이스가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등 주옥같은 음악은 다시 들어도 좋다. 7월 17일 개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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