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안전 최하등급'에도 강제력 없는 지자체...입주민 "못 나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4 10:37

수정 2019.07.14 10:37

잠원동 붕괴 후 경각심 높아졌지만, 안전불감증 '여전'
영진시장APT·구 노량진시장 안전평가 최하등급 받았지만
재건축 기대감·영업환경 악화 등 이유로 "못 나가"
지자체 "강제력 없어 과태료 부과 등 개입 어려워"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영진시장아파트 전경. 2017년 구청 정밀안전진단 결과 E등급 판정을 받았다. 즉시 철거 대상이지만 아직 54가구가 살고 있다. / 사진=김서원 인턴기자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영진시장아파트 전경. 2017년 구청 정밀안전진단 결과 E등급 판정을 받았다. 즉시 철거 대상이지만 아직 54가구가 살고 있다. / 사진=김서원 인턴기자

#. 노후화 시설 진단에서 E등급을 받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영진시장아파트 A동. 외벽 페인트가 벗겨진 사이로 곳곳에 금이 가 있다. 내부 벽면에는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면서 균열이 생겼다. 2층 천장은 무너져 내려 전선이 그대로 노출됐고, 복도 벽의 화재경보기는 녹이 슬어 제대로 작동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노후건물들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붕괴 위험에 노출돼 있다. 노후건물에 대한 정기 안전점검이 이뤄지긴 하지만, 민간 시설물에 대해선 지자체가 퇴거·보수 등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
여기에 일부 입주민들은 재건축 등을 기대하면서 퇴거를 하지 않아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재개발 기대·영업환경 악화‥못 떠나!"
14일 일선 지자체 등에 따르면 서울시와 관할 지자체는 노후화 시설에 대한 안전정밀진단을 실시, 건물을 A~E등급으로 나눈다. E등급 건물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된다. 심각하게 낡아 즉시 주민이 퇴거하고 철거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수준이다.

완공된 지 38년이 지난 영진시장아파트는 지난 2017년 11월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지자체의 퇴거 명령에도 불구, 아파트엔 아직 54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영진시장아파트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일부 아파트 입주자들은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어서 유지·보수에 굳이 제 돈 들일 필요가 없다고 방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건물은 노후화로 1990년대 중반부터 재개발이 추진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영진시장아파트 내부. 노후화된 시설로 천장이 무너져 내려 노출된 전선들이 방치돼 있다. / 사진=김서원 인턴기자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영진시장아파트 내부. 노후화된 시설로 천장이 무너져 내려 노출된 전선들이 방치돼 있다. / 사진=김서원 인턴기자

노량진수산시장도 노후 건물에 대한 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노량진 구 수산시장은 올해 초 건축물 안전점검에서 D등급을 받았다.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해 사용제한 여부를 고려해야 하는 수준이다.

구 시장에는 여전히 50여 명의 상인이 남아있다.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건물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우리를 신 시장으로 보내려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신 시장으로는 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신 시장은 면적은 좁고 임대료는 비싸 상인 간 출혈 경쟁이 심해지는 구조"라며 "그 곳에 가면 명당을 차지하지 않는 이상 망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11일 서울시 노량진 구 수산시장 외부 전경. '철거임박'이라는 글씨가 시장 입구에 적혀 있다. / 사진=이용안 인턴기자
11일 서울시 노량진 구 수산시장 외부 전경. '철거임박'이라는 글씨가 시장 입구에 적혀 있다. / 사진=이용안 인턴기자
■강제력 없는 지자체 "개입 어려워"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 지자체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결국은 건물 이용자들이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현장 점검을 나가서 개·보수 조치를 내리지만, 이는 권고 사항일 뿐"이라며 "민간 건축물은 소유주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개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안형준 건국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는 "E등급 받은 노후 건축물은 즉시 철수 대상이라 철거 후 재건축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며 "건물이 무너지면 관할 지자체의 책임이다.
주민 이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김서원 이용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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