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현대자동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의 계약 취소분이 2만 대를 넘어섰다. 뛰어난 가성비가 입소문을 타면서 상반기 최대 히트작으로 꼽힌 모델에게 다소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다.
차량 품질 문제가 아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다. 1년 가까이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이 계약을 취소하고 나섰다. 현대차가 팰리세이드의 밀려드는 주문량에 대응하지 못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팰리세이드의 국내 누적 계약 물량은 10만대에 육박(9만6600여대)했다. 국내에 밀려 있는 주문량만 3만5000여대다.
공급 부족은 생산량 증대를 놓고 노조와의 합의에 이르지 못한 영향이 크다. 여기에 기대치를 뛰어넘는 폭발적인 수요, 미국 등 전략지역 수출 물량 확보도 내수 공급 부족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출시 당시 연간 국내 판매 목표를 2만5000대로 잡았다.
수입 대형 SUV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상품성을 갖췄고 기존 국산 대형 SUV 시장 규모가 4만대 안팎임을 고려했을 때 초기에는 적정 수준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시장 반응은 현대차의 기대치를 넘어 폭발적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까지 판매량은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판매량만 3만대(3만1502대)를 돌파했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가 대형 SUV 시장 파이 자체를 키울 것이라고 보고 연간 판매 목표를 9만5000대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팰리세이드가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공급량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미국 수출 물량을 포함해 현재 팰리세이드는 울산 4공장에서 생산된다.
올 초부터 시작된 공급 부족에 따라 현대차는 지난 4월 월간 생산량을 6200여대에서 8600여대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이 중 5000여대가 미국에 공급된다.
지난달 팰리세이드 북미 판매량이 383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 2월 북미 시장에 출시된 기아차 대형 SUV '텔루라이드'의 월간 판매량이 4600여대임을 미뤄볼 때 팰리세이드 판매도 동반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 주력 시장이 북미임을 감안하면 물량을 줄이기도 어렵다.
노조와의 합의도 난관이다. 1차 증산에도 물량 부족에 시달리자 현대차는 지난달 울산 2공장에서도 팰리세이드를 추가 생산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안했다. 하지만 4공장 노조 일부가 생산물량을 나누는 것에 반대하며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신차를 생산하거나 공장별 물량을 조정하려며 노조 동의가 필요한데, 이들은 생산 라인을 늘리면 본인들의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UV는 동급의 세단보다 가격이 비싸고, 마진율이 높다. 노조 집행부 역시 팰리세이드의 물량 부족 사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토대로 현대차는 최근 고용안정위원회를 열고 증산 협의에 나섰으나 공장 간 밥그릇 지키기 갈등이 불거지며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수익성 강화를 위해 팰리세이드 증산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있다"면서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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