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무병장수라는 현대의학의 '허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7 16:49

수정 2019.07.17 16:49

웰니스산업의 장밋빛 약속처럼 우리는 노화를 비껴갈수 있을까
건강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날때 삶과 죽음의 의미 찾을수 있어
건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부키
건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부키
현대 의학은 과학에 근거하고 있다는 가정 덕분에 권위를 갖는다. 의료계는 자신들이 과학에 근거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의료사업 독점권을 획득했고 오랫동안 '사이비과학'이라고 알려진 대안의학이 자신들의 경계를 침범하는지 철저히 감시함으로써 계속 독점권을 유지했다. 20세기 후반 들어 모든 것이 통계적 증거로 뒷받침돼야한다는 '증거기반 의학'이 대두됐는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의학은 무엇에 근거해왔던 것일까. 저자는 오늘날 대부분의 검사가 사실상 이 '증거기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유방 조영 검사 덕분에 유방암 발병률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증거는 없으며 전립선암 검진에서도 사망률 감소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2015년 미국의 연례 건강검진 비용은 무려 100억달러로 추산되지만 이 역시 40여년전부터 '증거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어떤 의사는 "근본적으로 무가치하다"라고 밝힐 정도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의학은 노화를 생명 주기의 정상 단계가 아닌 질병의 일종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노화에는 아무런 치료법이 없었다. 진실은 수명 연장에 따른 대가는 인생 말년에 높은 비율로 장애를 겪게 되며 여기에는 그 어떤 하자 보증도 없다. 그러나 웰니스 산업은 무수한 약속들을 남발한다. 나이를 거스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이를 되돌려 주겠다는 공언까지 한다. 젊은 얼굴은 모든 연령대에서 웰니스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건강하고 날씬해야 하며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압박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집요해진다. 무병장수, 즉 '성공적 노화' 개념에서 핵심은 노화 자체가 비정상적이며 받아들일 수 없는 일, '폭력과 침해' '질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의 조언은 제각각이며 대개 혼란스럽고 모호하다. 지금까지 유행한 어떤 피트니스와 다이어트도 노화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피트니스에 대한 집착에는 어둡고 위험한 면이 있다.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통제하는 데도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편견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피트니스를 '도덕적 의무'가 되게 만든 것은 건강보험의 존재였다. 즉 아프거나 과체중이거나 혹은 건강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민폐를 끼치는 존재, 즉 혐오와 분노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21세기초 가난한 백인들의 사망률이 갑자기 증가한 데서 보듯 이는 개인 책임 문제로 돌릴 일이 아니며 그보다는 가난 자체가 수명을 줄인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몸과 마음을 통제해 무병장수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는 우리가 몸과 마음이 서로 일치단결해 협력하는 '조화로운 기계'라는 기본 가정이 깔려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우리는 죽음을 삶의 비극적 중단이라고 여기며 이를 늦추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아니면 삶은 영원한 비존재 상태의 일시적 중단이며 우리를 둘러싼 경이롭고 살아 있는 세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짧은 기회라고 여길 수도 있다.
저자는 후자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본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살아 있는 유기체 안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조화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갈등까지 모두 포괄하는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런 관점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건강과 웰니스에 대한 강박적 추구에서 벗어나 삶과 죽음에 대한 경이로움과 경외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