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6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일본 '교토(京都)애니메이션'(교애니) 방화 참사가 "한국인의 소행이 아니냐"는 주장이 현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일부 네티즌들이 이번 사건과 한국을 연관지어 혐한(嫌韓) 감정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19일 NHK과 교토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30분쯤 교토시 후시미(伏見)구 모모야마(桃山)정 소재 애니메니션 제작사 '교토애니메이션' 제1스튜디오 건물에 한 남성이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뒤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방화에 따른 화재로 3층짜리 스튜디오 건물이 전소되면서 건물 내에 있던 직원 3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또 화상 등 중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진 부상자는 36명으로 집계됐다. 현지 경찰은 사건 발생 뒤 화재 현장 인근에서 방화 용의자 남성을 체포했지만, 이 남성 역시 중화상을 입어 현재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라이브도어 등 현지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엔 사건 발생 직후부터 범인이 한국인일 가능성을 의심하는 일본 네티즌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
한 트위터 이용자는 '교애니 측이 평소엔 보안카드로만 출입할 수 있게 하는 등 일반인의 스튜디오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지만 사건 당일엔 방송사 취재가 예정돼 있어 출입 보안을 완화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 내용을 거론하며 "경찰 수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최근 한일 관계를 감안할 때 계획된 조직적 범행일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네티즌은 "'자이니치'(在日·재일한국인)가 이번 사건에 웃는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방화는 한국인의 습성이다" "방화는 한국인의 국기(國技)다"며 혐한(嫌韓)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특히 "한국에선 교애니 방화범을 '영웅'이라고 부른다"거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국가공안위원장에게 철저한 사건 수사를 지시한 건 방화범이 한국인일 가능성이 있어서"라는 등의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무분별한 의혹 제기와 주장에 맞서 "방화범과 한국인을 연결짓는 건 대체 어떤 의도인가" "33명을 숨지게 한 방화범이 아니라 이번 사건과 관계없는 수백㎞ 밖 한국인을 비난하는 건 이상하지 않냐"고 비판하는 네티즌들도 있다.
한 네티즌은 "사건 희생자를 애도해야 하는 입으로 '범인은 한국인'이란 말을 하는 건 헤이트스피치(특정집단을 겨냥한 한 혐오·증오발언)다. 이건 '표현의 자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성토하기도 했다.
현지 경찰은 사건 용의자의 신원에 대해선 체포 당시 갖고 있던 신분증을 근거로 "과거 사이타마(埼玉)시에 거주던 41세 남성(현재는 주소불명)"이라며 "'교애니'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인물로 보인다"고만 밝혔다.
다만 교토신문은 현지 수사 관계자를 인용, 체포된 남성이 "소설을 훔쳤기 때문에 불을 질렀다. '찻카만'(점화용 라이터)을 사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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