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당신의 양심] 무료 대여 우산 회수율은 0%?.. 돌아오지 않는 '양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0 10:59

수정 2019.07.20 10:59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편집자주> 자신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 당신의 '양심'은 어디쯤에 있나요?

언제 어디서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무더운 여름이 왔습니다. 우산 없이 밖을 나섰는데 속수무책으로 쏟아지는 비에 당황했던 경험,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이럴 때 주민센터나 지하철역 등에 구비된 무료 대여 우산은 너무나도 반가운 존재입니다.

근처를 지나는 주민이라면 누구라도 조건 없이 빌려갈 수 있게 해둔 것이 무료 대여 우산의 핵심입니다. 주로 구청, 보건소, 주민센터,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무료 대여 우산에는 대부분 '양심우산'이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대여해가는 사람들의 양심을 믿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사람들의 양심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양심우산으로 검색을 했을 때 이 우산들이 제대로 돌아왔다는 소식보다는 그렇지 않다는 슬픈 소식을 더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 돌아오지 않는 '양심'에.. 막 내린 무료 우산

강남구의 '청렴우산' / 사진=강남구청
강남구의 '청렴우산' / 사진=강남구청

지난 2017년, 서울시 강남구는 '청렴우산'이라는 이름의 무료 대여 우산을 관내 구청·보건소·주민센터 등에 비치했습니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당황하는 사람들을 위한 '청렴우산'은 누구나 무료로 대여할 수 있으며 사용 후 가까운 주민센터로 반납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비치된 450개의 우산 중 다시 돌아온 것은 겨우 30~40여개. 회수율이 채 10%에도 못미친 것입니다.

2018년 겨울에는 서울시 도봉구가 누구나 필요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우산' 120개를 버스정류장에 비치했지만, 주민들이 가져간 우산들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우산꽂이는 쓰레기통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이런 '양심불량' 주민들 때문에 지자체에서 좋은 취지로 마련한 무료 대여 우산 서비스가 종료되는 것도 부지기수입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당시 반납됐던 소량의 우산들도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청렴우산'은 약 1년 정도 유지된 후 폐지됐으며, 이를 다시 도입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습니다.

도봉구 관내 버스정류장에 비치됐던 '공유우산' / 사진=도봉구청
도봉구 관내 버스정류장에 비치됐던 '공유우산' / 사진=도봉구청

도봉구청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우산의 회수율을 보고 '공유우산'을 확대 운영하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돌아오는 우산이 거의 없어 지난 5월에 남은 우산을 수거하고 이를 잠정 폐지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우산갤러리 전시에 사용된 우산을 재활용해 함께 사용한다는 취지로 야심차게 출발했는데, 사람들이 무언가를 공유하는 것을 아직 낯설어하는 것 같았다. 올해 전시에 사용된 우산은 버스정류장처럼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곳이 아닌 노인복지센터, 주민센터 등에 비치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애초에 돌아올 우산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여 시 이름과 연락처를 기재하거나 신분증을 받는 곳은 그나마 사정이 낫습니다.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청렴우산'의 경우 빌려간 우산의 대부분이 돌아온다고 하네요. 진관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아무 조건 없이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관리 대장을 가지고 있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은 뒤 대여해주고, 반납이 되지 않으면 연락을 따로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가짜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기재하는 '양심불량'은 어디에나 있기 때문입니다.

폐우산 수거함(강동구 제공).© News1 /사진=뉴스1
폐우산 수거함(강동구 제공).© News1 /사진=뉴스1

무료 대여 우산의 낮은 회수율을 고려해 처음부터 고장나고 버려진 우산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시 강동구청은 관내에 위치한 '우산 무료 수리센터'에서 폐우산을 수리한 뒤 '양심우산 무료 대여함'을 통해 주민들에게 무료로 이를 대여해준다고 합니다.

해당 사업의 담당 공무원은 "빌려간 우산의 대부분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면서 "고장나서 버려진 우산을 수리해 양심우산으로 내놓고 있기 때문에 딱히 돌려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사업을 진행한다.
원래부터 회수가 목적이 아니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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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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