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자이 전용 84.94㎡ 24억원..같은 단지 165.45㎡ 33억에 거래
반포자이·래미안퍼스티지..4~5월 대형평형 거래량 증가
반포자이·래미안퍼스티지..4~5월 대형평형 거래량 증가
지난 몇 년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아파트 대형 평형이 은근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중형보다 수요는 많지 않지만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있는 데다 최근 10년 사이 중소형 열풍이 불며 공급이 워낙 적었던 탓에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강남 위주의 대형 아파트를 매입하는 자산가들은 대형 평형이 중형 대비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점을 주목한다.
서울 아파트가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대형 평형도 결국엔 중소형 상승세만큼의 갭을 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집 크기 두배…가격은 36% 높아
21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94㎡는 지난달 말 24억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같은 단지 대형평형인 전용 132.18㎡는 5월 마지막 거래에서 2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지역, 같은 브랜드의 아파트인데 면적 기준으로 1.5배 이상 큰 아파트가 가격 차이는 1.2배 정도인 셈이다. 크기가 두 배에 가까운 전용 165.45㎡는 지난달 33억원에 거래됐다. 전용 84.94㎡와 가격 차이는 1.37배 정도다.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 인근의 '레미안퍼스티지'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단지의 전용 84.93㎡는 지난 4월 25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달 면적이 두 배인 전용 168.65㎡는 35억에 팔렸다. 둘의 가격 차이는 1.37배이다. 면적이 두 배 큰 아파트가 가격은 37% 정도만 비싼 셈이다.
집 크기가 두 배 라고 가격도 두 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대형 아파트의 경우 관리도 힘들고 요즘 같이 가족구성원이 적은 상황에선 공간의 낭비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유지비나 재산세 등 세금 관련 부담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 갭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실제 주택 구입비용 걱정이 덜한 부자들에게는 방3개 욕실 2개에서 방이 5~6개, 욕실 3개를 갖춘 집으로 가서 넓고 쾌적한 생활을 누리는 대가로 20% 정도의 추가지출은 큰 부담이 안된다.
집 크기가 2배 늘었다고 재산세가 2배로 늘지도 않는다. 과세표준이 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30% 정도만 증가한다.
■가격상승 예상 실수요 부자들 매입
대형 선호는 재건축 등 투자수요가 많은 강남구보다 실수요가 많은 서초구 등에서 두드러진다.
실수요가 많은 반포동 대표 단지들만 살펴봐도 부자들의 '큰집 쇼핑'이 늘고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서초구 '반포자이' 단지의 대형평형인 전용 132~216㎡는 지난 4월 2건이 거래됐지만 5월엔 거래량이 9건으로 급증했다.
이 단지의 대형은 1·4분기 총 3개월간 5건 거래에 그쳤다. '래미안퍼스티지'의 전용 116~223㎡도 4~5월 거래량이 2건서 7건으로 증가했다. 이 단지의 1분기 거래량은 단 1건이다.
아파트 대형선호는 일부 강남을 위주로 두드러지지만 그 배경엔 희소성과 가격의 갭이 원인이다.
최문기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 과장은 "강남권 10년 미만 새아파트의 대형평형은 기본적으로 저평가 메리트가 있다"며 "다주택자 규제가 본격화되자 자본 여력이 충분한 실수요자들이 '똘똘한 한 채'로 대형을 선택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대부분은 중소형이 오른 만큼 시차를 두고 대형평형도 오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큰 집을 선택한다"고 덧붙였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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