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 A씨는 지난해 12월30일 렌터카를 대여했다가 연말을 망치고 말았다. 연식이 10년이 넘은 타이어는 온통 공기가 빠져있었고 엔진오일 뚜껑조차 없어 오일이 줄줄 샜다. 더 황당한 것은 렌터카 업체였다. A씨가 항의하자 되레 "당신이 타이어를 훼손했다"며 타이어 교체 비용을 청구한 것이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렌터카를 타고 피서를 떠나는 여행객이 증가하고 있지만 수리비를 과다 청구하거나 사고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갑질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더라도 분쟁이 계속되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절반을 넘어 소비자의 면밀한 주의가 요구된다.
◇상반기 렌터카 민원 전년 동기比 36%↑…소비자피해 '빨간불'
소비자원은 최근 3년간 총 945건의 렌터카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이 접수됐고, 올해 상반기(1~6월)에만 143건의 민원이 들어와 작년 동기 대비 36.2% 급증했다고 22일 밝혔다.
소비자 피해유형별로 보면 사고 수리비를 과다하게 청구하는 경우가 237건(25.1%)으로 가장 많았다. B씨는 지난 5월 렌터카를 반납하던 중 뒤범퍼에 미세한 스크래치를 발견했다. 경미한 손상이었지만 업체는 B씨에게 뒤범퍼 가격인 50만원을 청구했다.
예약금 환급을 거부하거나 대여요금을 정산해 주지 않는 갑질도 207건(21.9%)으로 2위를 차지했다. C씨는 지난 5월18일, 25일, 31일 사흘 동안 렌터카 대여를 예약했다가 17일 예약을 취소했다.
하지만 C씨가 돌려받은 돈은 25일과 31일 이틀치뿐이었다. C씨는 곧바로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갑자기 예약을 취소해 18일 대여비를 공제했다'는 억지였다. C씨는 현재 렌터카 업체를 상대로 소비자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이밖에도 Δ사고의 경중에 상관없이 동일한 사고 면책금 청구 100건(10.6%) Δ휴차료 과다 청구 88건(9.3%) Δ계약불이행 80건(8.5%) Δ보험처리 지연·거부 57건(6%) 등 고객 불만이 쏟아졌다.
소비자원은 "확인되지도 않은 흠집에 대해 수리비를 청구하는 경우나 정상적으로 계약을 해지해도 대금을 환급하지 않는 경우가 주를 이뤘다"며 "사전에 고지하지 않는 대여요금을 청구하는 사례도 발견됐다"고 말했다.
◇피해구제 신청해도 합의율 절반↓…꼼꼼히 확인하고 계약해야
렌터카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해 소비자 피해구제를 신청하더라도 합의율은 절반 아래를 밑돌았다.
소비자원은 렌터카 피해구제 신청 945건 중 환급·배상·계약이행 등 합의가 이루어진 비율은 46.2%(428건)에 그쳤다며 나머지 53.8%(508건)는 사업자가 배상을 거부하거나 피해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소비자 스스로 계약내용과 렌터카 상태를 면밀히 따져보고 불량 업체를 피하는 주의가 필요하다.
소비자원은 "렌터카 피해예방을 위해 계약 체결 전 예약취소 및 환급 규정을 정확히 확인하고 자기차량손해보험 가입도 고려해야 한다"며 "수리비 보상한도, 면책금, 휴차료 등 규정도 빠짐없이 숙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렌터카를 인수할 때도 외관 흠집 등 차량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필요하면 사진을 찍은 뒤 해당 내용을 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에게 알리고 수리 견적서와 정비명세서를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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