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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사이언스]비가 와야 살아나는 토왕성 폭포… 볼 수 있는 날을 과학으로 계산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3 07:21

수정 2019.07.23 07:21

강원도 설악산의 토왕성 폭포. 건설기술연구원 김현준 선임연구위원 제공
강원도 설악산의 토왕성 폭포. 건설기술연구원 김현준 선임연구위원 제공


지난 주말 태풍이 지나가고 기상청은 22일부터 폭염 주의보를 발령했다. 비가 많이 와도 걱정이지만 너무 안내려도 걱정이다.

사람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탁 트인 바다와 시원한 계곡으로 휴가를 계획하고 있으리라. 그중에서도 계곡의 매력은 등줄기와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힐 때 쯤이면 산골짜기에서 시원하게 물줄기가 떨어지는 폭포를 볼 수 있는 점이다.

그런데 비가 내려야 살고 비가 오지 않으면 죽는 폭포가 있다. 바로 강원도 설악산에 있는 토왕성 폭포다.


토왕성 폭포는 외설악에 위치하고 있으며, 노적봉 남쪽 토왕골에 있다. 이 폭포는 무려 320m의 높이에 3단으로 이어진 우리나라 최대의 폭포다. 폭포 상류의 유역면적이 0.54 ㎢에 불과해 평소에는 폭포의 물줄기를 전혀 볼 수 없지만 비가 온 뒤 며칠간은 하얗게 포말을 이루며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1년 중 이 폭포 물줄기를 볼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지 않다.

왜 토왕성 폭포의 물줄기는 비온 뒤 며칠 동안만 볼 수 있을까? 비가 얼마나 많이 내려야 폭포를 볼 수 있을까? 또 언제 가야 폭포의 물줄기를 볼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강우에 의해 발생하는 모든 과정을 탐구하는 수문학(水文學, Hydrology)이라는 과학을 이용해 찾을 수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수문모델개발연구팀은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물리적 기반의 '수문모형 CAT3.0'을 독자 개발해 국내외에 보급하고 있다. 이 모형을 이용해 강우시 토왕성 폭포의 유출량을 분석하고 강우량에 따른 유출이 지속되는 기간을 산정할 수 있다. 강우의 누적량과 지속기간에 따라서 폭포의 물줄기를 볼 수 있는 기간을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산 속에 위치한 폭포의 유출량을 측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건설기술연구원의 김현준 선임연구위원이 2015년 토왕성 전망대가 만들어진 이후의 TV방송, 신문기사와 SNS 등에서 비온 뒤 폭포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확인해 자료를 만들었다.

김현준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에 올라온 촬영일자를 확인하고, 촬영일 전후의 속초기상대에서 관측한 일강우량을 같이 비교했다. 김현준 연구위원은 "최소한 하루에 50mm 이상의 비가 와야 제대로 된 폭포의 물줄기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토왕성 폭포의 유출량을 분석하기 위해 2000년부터 2018년까지 19년간 속초기상대에서 관측한 강우와 기상자료를 이용했다. 토양의 깊이는 암반으로 이뤄진 산 정상 지역을 감안해 20cm로 가정했다. 토양은 비를 저장할 수 있는 자연의 저수지로써 유출분석에 중요한 요소다. 비를 저장할 수 있는 유역면적은 대략 0.54㎢로 나타났다. 그는 유출량을 산정하기 위해 하루 단위의 자료를 사용했으며, 강우 지속일수 및 누적 강우량에 따른 유출량을 산정하고 폭포의 물줄기가 확연히 보일 수 있는 한계유출량을 추정했다. SNS 등에서 확인된 정보를 참고해 0.01㎥/sec이면 약하나마 물줄기가 보이는 유량으로 가정하고 시원한 물줄기를 보려면 최소한 0.1㎥/sec 이상의 유량이 돼야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김 연구위원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일단위로 강우에 의한 토왕성 폭포의 일유량을 계산해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를 볼 수 있는 날을 연간 8일 정도로 추정했다.
7월부터 9월까지는 한 달에 적어도 두 번은 볼 수 있다. 강우량으로 보면, 일강우량이 100mm는 넘어야 장쾌한 모습의 물줄기를 볼 수 있고 비온 뒤 하루 정도만 볼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폭포의 약한 물줄기는 일강우량 30mm 이면 볼 수 있는데 연간 55일 정도 볼 수 있다.

토왕성 폭포의 물줄기를 볼 수 있는 날이 이정도라면 설악산 정상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날보다 더 적은 것은 아닐까.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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