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피의사실 공표죄 수사 논란 입건 경찰관 2명
울산지검 고래고기 환부 사건 담당 수사관
담당검사, 변호사 전관예우 의혹 수사 못하고 일단락
전 울산지검장 지난해 8월부터 피의사실 공표죄 연구
울산지검 고래고기 환부 사건 담당 수사관
담당검사, 변호사 전관예우 의혹 수사 못하고 일단락
전 울산지검장 지난해 8월부터 피의사실 공표죄 연구
【울산=최수상 기자】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겉으로 내색을 안 할 뿐입니다.”
23일 울산지방경찰청의 공기는 무거웠다. 전날 감돌았던 분노의 기운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전날 대검찰청 산하 검찰수사심의의원회는 '피의사실 공표죄 논란'이 됐던 울산청 경찰관 2명에 대해 계속 수사할 것을 결정했다. 이에 울산지방경찰청은 “수사공보규칙을 준수해서 공익 목적으로 보도자료를 제공했다는 당초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검찰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준비하겠다”고 짤막한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이틀 째 대검 결정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 황운하 그리고 송인택
우선 검·경수사권 갈등에 따른 보복 수사 의혹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입건된 경정 및 경감급 경찰관 2명이 ‘울산지검의 고래고기 환부사건’ 담당 수사관이라는 점에서다.
2년 넘게 수사가 진행된 이 사건은 담당 검사와 전관예우가 의심되던 변호사의 수사를 매듭짓지 못한 채 고래고기 불법유통업자 5명만 겸찰에 송치하는 것으로 지난 6월 일단락됐다.
경찰은 이들 유통업자들로부터 수억 원의 뭉칫돈을 건네받은 변호사가 전관예우 부분을 업자들에게 언급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수사과정에서 변호사 계좌 압수수색영장 청구 등을 놓고 양측은 여러 번 충돌했고, 또 담당검사는 경찰의 출석 요구에도 불구하고 1년간 해외 연수를 나가 버렸다. 당시 울산경찰청장은 경찰수사권 독립에 앞장서고 있던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으로, 이 사건은 검·경 수사권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로 불거졌다.
한 경찰관은 “입건된 경찰관들이 사익을 추구한 것도 아니고, 윗선의 결재를 거쳤기 때문에 고의성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며 “울산지검의 고래고기 환부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고 말했다.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비판을 가장 많이 받는 조직이 검찰이라는 점도 성토의 한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이 피의사실 공표죄 적용 우선 대상을 검찰로 삼았으면 진정성을 얻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퇴임한 송 검사장은 수사기관에 의한 피의사실 공표 관행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8월부터 검사장과 차장검사 등이 피의사실 공표죄 연구 모임을 결성해 연구를 이어왔다. 퇴임식에서는 피의사실 공표 관행 해결에 주력한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 경찰관은 “검찰도 그동안 보도자료규칙 등 내부규정에 따라 중간수사발표 등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해 왔을 것인데 경찰은 잘못이 있고 검찰은 잘못이 없다는 식이다보니 공정하지도 않고 오히려 검경 갈등만 조장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 피의사실 공표 기준 조절 가능할까?
울산경찰은 앞으로 검찰의 수사과정과 태도를 유심히 지켜보며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녀 부정채용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남부지검 검사장과 검사 등 3명에 대해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지역 법조계 한 관계자는 “피의사실 공표죄는 사실상 사문화된 것이어서 이번 대검의 결정은 검찰과 경찰 양측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며 “두 경찰관에 대한 기소로 이어지기보다는 양측이 피의사실 공표 기준을 조절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경찰청은 올해 1월 약사 면허증을 위조해 약사 행세를 한 30대 여성 피의자를 구속한 뒤 관련 보도자료를 출입 기자에게 배포했다. 이에 울산지검은 5개월 뒤인 지난 6월 피의자가 공인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경찰이 기소 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며 해당 수사관(경정급) 1명과 팀장(경감급) 1명 등 2명을 입건, 소환조사에 나섰다. 그러자 경찰관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부의가 요청됐으며. 이에 심의위는 지난 22일 계속 수사를 최종 결정했다. 향후 검찰이 이들을 기소할 경우 사문화된 피의사실 공표죄가 적용된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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