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내부서 이뤄지던 예산 결정
시민 적극 참여시켜 상생 발전
시민 적극 참여시켜 상생 발전
서울시는 지난 25일 시민 민주주의의를 총괄하는 합의제 행정기관 '서울민주주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박원순 시장의 공약 사항중 하나이자, 시민과 의회, 자치구와 시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 모델이다. 그러나 시작은 매끄럽지 못했다.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던 행정기구설치조례가 시의회에서 부결되는 등 이해 당사자들 간에 입장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24일 서울시의 정무를 책임지고 있는 김원이 부시장(사진)을 만나 시민민주주의와 시민·의회·구·시간 협력체계를 만들겠다는 이 구상이 과연 실효성 있는 주장인지 들어봤다. 우선 이런 조직이 왜 새로 만들어져야 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김 부시장은 "행정의 결정과정에 시민을 참여 시키자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라며 "시민을 행정에 편입시키고 참여 시키고 그들에게 결정권을 주기 위해 만든 합의적 행정기구라는 측면에서 기존의 시 행정이 한 단계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간 행정은 1인의 부서 수장이 결정권을 가졌으나, 앞으로의 서울은 '민주주의위원회'를 통해 시민과 공무원이 함께 논의하고, 여기서 이끌어낸 합의가 정책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 했다. 행정 조직은 이를 독립적으로 실행하는 체계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참여의 실행력'이 담보되는 구조를 설계하는데 중점을 뒀다는 것. 의회 통과가 매끄럽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명백히 서울시 정무라인의 잘못이라고 토로 했다. 의회와 소통을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는 것.
김 부시장은 "결과적으로 위원회 출범 과정에 협력해 준 의회에 대한 감사를 표한다"며 "의회의 참여를 통해 행정적 지원과 입법적 검토가 가능한 구조가 마련됐으며, 시민 민주주의가 더욱 공고해졌다"고 강조 했다.
시는 이번 위원회 출범에 맞춰 위원회의 손발이 될 4개 부서 △서울민주주의담당관 △시민숙의예산담당관 △서울협치담당관 △지역공동체담당관을 신설했다. 이번 조직 개편은 행정 편의적 발상이 아니라 시민의 입장에서 정책을 제안하고, 숙의를 통해 예산에 반영하고, 이 절차가 마을 단위부터 거버넌스 단위까지 활발히 이뤄지기 위한것 이라는게 김 부시장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서울민주주의위원회가 강조하는 '시민참여'가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우리나라 정치체계의 근간인 대의민주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지적이 있다. 특히, 서울시가 확대하겠다고 밝힌 숙의예산제의 경우 의회의 고유 권한인 예산 심의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 부시장은 "숙의예산은 의회의 예산 심의권이 아닌 행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시민과 나눈 것"임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그간 행정 내부에서만 이뤄지던 예산 프로세스에 시민을 적극 참여시켜 대의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완하고 상생적 발전관계를 이루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해외에서도 이와 유사한 정책적 사례들이 있다. 디사이드 마드리드(decide madrid)나 파리의 5%예산제 같은 해외의 시민 참여 플랫폼이 바로 그것이다. 서울시도 '민주주의서울' 이라는 온라인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김 부시장은 "서울시는 이미 해외의 참여플랫폼보다 진일보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며 "해외 사례는 제안을 투표하기만 하지만, 민주주의 서울은 다양한 토론과 공론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또 "민주주의위원회라는 합의제행정기관 아래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서울에서 다양한 제안과 공론이 이뤄지면 여러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청취하고 이것이 정책과 예산으로 반영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 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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