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과 비료가 없던 시절 이 땅의 모든 농업은 유기농이었다. 유럽에서 휴경과 윤작을 통해 지력을 유지했던 시대에 우리 조상들은 자연의 순환을 이해하고 소똥 한 줌, 짚단 하나도 허투루 버리지 않았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화강암이 풍화돼 생성된 척박한 산성토양임에도 유기농업을 일궈낼 수 있었다. 우리 조상들이 그러했듯이 손으로 풀을 뽑고 벌레를 잡으며 자연에 순응하는 유기농 원칙을 지키기 위해 친환경 농업인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땀 흘려 농사짓는다. 그것이 땅을 지키려는 자부심으로, 바른 먹거리를 키우려는 정신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금껏 그 토대 위에서 친환경농업 육성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특히 국민의 건강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는 대상을 어린이와 초·중·고등학생부터 임산부와 군 장병까지 확대하고자 한다. 특히 지난 4월 '국민참여예산 제안사업'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임산부와 산모에게 배달해 주는 사업이 가장 많은 호감을 얻은 바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하고자 내년부터 임산부와 신생아에게 친환경농산물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유기가공식품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유망한 시장으로 많은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세계 유기식품 시장도 빠르게 성장해 현재 97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2010년 이후 연간 8%에 달하는 가파른 성장세다. 특히 이웃 중국은 잇따른 식품사고로 안전식품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어 경쟁력만 갖춘다면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
오는 8월 1일부터 3일간 열리는 '친환경유기농무역박람회'는 이런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무대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로 18회째를 맞는 이번 박람회는 공연, 체험, 세미나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축제로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있다. 친환경농업인뿐 아니라 유기농의 가치를 소비로 실천할 줄 아는 소비자의 관심과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에는 수출상담회를 통해 약 700만달러 규모의 업무협약(MOU)이 성사됐으며 올해도 30여명의 바이어가 참여해 참가업체와 일대일 수출상담을 펼칠 예정으로 그 성과가 기대된다.
벼 이삭이 무럭무럭 익어가는 8월, 친환경유기농무역박람회는 그동안 갈고닦아온 재배기술과 유기식품 제조의 노하우를 품질로 겨뤄보는 한편 외국 손님에게 우리 친환경농업을 널리 알리고 질 좋은 친환경농산물과 유기식품을 소개하는 자리다. 또한 우리의 독특한 문화유산인 유기농업의 전통과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고 가치 소비를 실천하는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 이제 깨끗한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친환경농산물, 그 가치에 주목해야 할 때다.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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