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 서울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온라인 카페에 매장을 양도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권리금 5000만원이란 조건을 내걸고 한 달 매출과 운영 방식을 자세히 첨부했다. 다음날부터 가게를 방문해 직접 살펴보겠다는 문의 전화가 10여통 걸려왔다. 그는 조만간 명의변경 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명의변경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양수인은 신규 출점 대신 안정적인 매출이 가능한 매장을 넘겨받기를 원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양도인 역시 수년간 가게를 꾸려온 대가를 권리금으로 보상받을 수 있어 보편화하는 추세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국내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교촌·bhc·굽네·BBQ) 명의변경 사례는 총 1320건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신규 가맹은 1614건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점은 해마다 명의변경 사례는 증가하는 반면 새롭게 점포를 내는 신규 가맹은 줄었다는 것이다. 연도별 명의변경 건수는 Δ2016년 364건 Δ2017년 459건 Δ2018년 497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신규는 576건→527건→511건으로 줄었다. 4개사 중 유일하게 신규 가맹이 늘어난 BBQ를 제외하면 출점 감소 현상은 뚜렷하다.
이처럼 신규 점포가 줄어든 것은 프랜차이즈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같은 상권에 치킨집이 상당수 진입해 있어 과잉 경쟁을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규 매장 점주는 매출 확보를 위해서는 상당한 마케팅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기존 점포는 일정 수준의 매출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부담이 줄어든다. 창업 희망자들이 기존 점포를 선호하는 이유다.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점주가 수년간 상당한 이익을 거둬 은퇴 혹은 업종 전환을 위해 매장을 내놓는 이유가 가장 많다"며 "최근 가족 간 명의변경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와 성장했다. 퇴직자들이 자영업으로 업종을 전환하면서 가맹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별다른 기술이 없었던 일반 직장인이 창업에 수월한 치킨집에 뛰어든 셈이다.
최근 명의변경 증가는 치킨 업종을 원하는 자영업자가 여전히 많다는 의미다. 양수인은 매출이 적어 폐점을 앞둔 매장을 인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의변경은 양도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는 점이 신규 창업과 차이점이다. 권리금은 매장 매출에 따라 양수-양도인이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본사는 신규가입과 비교해 명의변경에 따른 이득은 없다고 설명했다. 매장 인테리어 비용으로 수익을 챙겼던 과거와 경영 환경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양수인은 매장을 기존 그대로 이용하거나 선택에 따라 인테리어를 요청할 수 있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본사는 폐점보단 양도로 이어지는 것이 매장 수를 유지할 수 있어 반기고 있다"며 "점주 교육비와 보증금은 신규와 마찬가지로 받고 있다"고 전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명의변경은 꾸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대표 간식 치킨의 프랜차이즈는 브랜드 인지도가 있어 '망해도 본전'이라는 인식이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규 출점이라는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하려는 분위기 강하다"며 "신도시 조성과 같은 신규 출점 증가 이유도 있어 폐점을 줄이기 위해 점주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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