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판문점 정상회동 한달...한발도 못나간 南北美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9 15:23

수정 2019.07.29 15:23

김정은 만난 트럼프 "2~3주내 실무협상 시작"
北 '동맹 19-2' 불만...개최 예정시한 이미 넘겨
쌀 지원 거부에 탄도미사일까지 발사 南 압박
정치일정 등 고려하면 8월말 실무협상 가능성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지 한달이 지났지만 약속한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긴장과 갈등만 고조됐다. 한미합동군사훈련 '동맹 19-2'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며 북미실무협상과 쌀 지원을 거부하던 북한은 급기야 탄도미사일까지 발사했다. 북한이 대화의 판을 깨려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지만 일단은 동맹 19-2 훈련이 끝날때까지는 지금의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3주 걸린다던 북미협상, 개최 '안갯속'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로 2∼3주 내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미국측 실무 책임자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지목했다. 여기에 북한이 협상채널을 통일전선부에서 '말이 통하는' 외무성으로 교체하며 기대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예정된 협상시한이 임박해서도 북미간 실무협상 재개는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미 국부무가 북측에 날짜와 장소를 백지위임했지만 북한은 이를 외면했다. 오히려 지난 16일에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한미합동군사연습 '동맹 19-2'를 거론하며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조미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북미정상이 판문점에서 합동군사연습중지를 확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한미 당국자들은 이같은 사실에 대해 부인하고 있어 예정대로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2019.06.30. pak713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2019.06.30. pak713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한편 북한이 '동맹 19-2'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실무협상도 자연스럽게 훈련이 끝난 후에 열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은 동맹 19-2를 자신들을 공격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에 대한 공격훈련을 하는 미국과 협상을 한다는게 스스로 이해충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8월 5일에서 8월 20일까지 열리는 훈련기간에는 실무협상을 하기가 껄끄러울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북한과의 실무협상이 2~3주 후에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5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지난 25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불똥 튄 남북관계…쌀 거부에 미사일까지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이후 남측의 중재자 역할을 거부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통미봉남(미국과 대화하고 한국은 소외)'을 전술을 취했다.

실제로 북한과의 공식대화 채널은 사실상 닫혀 있다. 지난 2월 이후 중단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회의는 판문점 회동 이후에도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동맹 19-2'를 들고 나온 북한의 고집에 대북 쌀 지원까지 무산 위기다. 정부는 북한에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국내산 쌀 5만t을 지원하려 했지만 북측이 '동맹 19-2' 훈련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특히 지난 25일에는 77일만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대남용'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우리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남조선당국자들이 세상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 공격형 무기반입과 합동군사연습 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판문점 남북미 회동 한달이 지났지만 상황은 오히려 퇴보된 형국"이라며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나아가 북미간의 비핵화 해법 차이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는한 북미간 실무회담 재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올해 일정으로 보면 북한이 8월~9월중에 미국에게 확실한 양보를 받지 않으면 연말에 합의가 나오지 않는다"면서 "북한은 지금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수단을 최대한 동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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