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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블랙 골드’ 빅데이터 혁명 시대..인류의 得과 失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31 17:26

수정 2019.07.31 17:28

빅데이터 사회 긍정적·부정적 영향 공존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우려할 점 많지만 윤리적 기준 세운다면 낙관적 미래 가능
빅데이터 소사이어티 마르크 뒤갱/ 부키
빅데이터 소사이어티 마르크 뒤갱/ 부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가족끼리 저녁 식사를 할 때 자녀들에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매일 저녁 잡스는 주방의 커다란 식탁에서 가족과 식사를 하면서 책과 역사, 그 밖의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누구도 아이패드나 컴퓨터를 꺼내지 않았다. 아이들은 어떤 기기에도 중독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며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이 한 언론에 밝힌 사실이다.

잡스 스스로도 알고 있었듯 스마트기기가 인간의 인지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됐다.
프랑스국립보건의학연구소의 한 신경과학자는 디지털 화면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이 인지 기능 발달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의 유혹에 길든 뇌는 계속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한다. 식품 가공업계가 기름지고 달고 짠 음식에 끌리는 우리의 본능적 욕구를 이용해서 쇼핑 카트를 필요 이상으로 가득 채우게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기업은 끊임없이 정보를 모으려고 하는 뇌의 성질을 이용한다.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내 인위적인 자극을 유발하고 이 자극은 일종의 디지털 최면을 걸어 자제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우리 주의력은 대개 무의미한 수많은 것에 사로잡힌 채 더 이상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퍼즐 조각처럼 분산된다. 인간은 집중하는 능력과 깊게 사고하는 능력을 점점 잃고 있다.

20세기에 석유 자원을 쟁탈하기 위해 수없는 전쟁이 벌어졌던 것처럼 21세기의 '블랙 골드'인 빅데이터를 쟁취하기 위해 디지털 시대에도 소리 없는 패권 싸움이 시작됐다. 이제는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며 이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미국은 중국 정보기술(IT)기업인 화웨이를 견제하고 있다. 빅데이터 사회는 훨씬 교묘하면서 고통없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통제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빅데이터 사회가 우리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서 인간을 감시하는 모든 정보는 인간 안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애플워치는 사용자의 불규칙한 심장박동을 감지해 건강 상태를 감지할 수 있다. 죽음을 없애려는 노력 또한 질병으로부터의 고통을 경감할 수 있다. 인간은 이제 매일 알약을 먹고 웨어러블 기기로 간편하게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인간의 비판력을 마비시키는 게임이나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 역시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미래 사회에서 게임은 하나의 예술 형식이 될 수 있으며 맞춤형 알고리즘 또한 그만큼 층위에 따라 잘 정리된 수많은 정보를 우리가 선별적으로 받아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인간이 빅데이터 사회의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 사이에서 고민할 때 스티븐 호킹은 생전에 "인공지능을 윤리적으로 설계해야 하고 인공지능 반란에 대비할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데이터나 인공지능 기술이 우려할 점도 많지만 기업과 설계자, 개발자가 윤리적인 기준을 세운다면 충분히 안전한 첨단기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기술을 선도하는 이들이 인류에 관한 윤리만 적절히 지킨다면 첨단기술이 인류를 이롭게 하는 세상과 첨단 기술이 인류를 지배하는 암울한 세상, 그 어딘가에서 인류와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낙관적인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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