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피부에 딱 맞는 신선한 화장품 구독, 28일마다 받아 쓰세요" [유망 중기·스타트업 'Why Pick']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4 18:26

수정 2019.08.04 18:26

톤28
성분 차별화·친환경 가치에 집중..식당처럼 주문 들어와야 만들어..두명 중 한명은 장기구독 선택해
개인맞춤형 구독화장품 스타트업인 톤28은 화장품 대기업 아모레퍼시픽의 투자로 단숨에 주목 받았다. 2017년 아모레퍼시픽으로부터 5억원을 투자 받은 톤28은 이후 2년 동안 회사를 꾸준히 잘 키워온 성과를 인정 받아 세 달 전 40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아모레퍼시픽이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톤28의 성분과 판매 형태 차별화 전략이다. 제품에 값비싼 성분을 아낌없이 녹여넣고 개인 맞춤형 '구독' 서비스를 접목한 것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구독 화장품 스타트업 톤28 박준수 공동대표(왼쪽)와 정마리아 공동대표가 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톤28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톤28 제공
구독 화장품 스타트업 톤28 박준수 공동대표(왼쪽)와 정마리아 공동대표가 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톤28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톤28 제공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은 연간 14조원 규모다. 제조사만 1만 개가 넘는다.
하루에도 많은 화장품 업체들이 생기고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화장품 업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방정식이 존재한다. 적당한 수준으로 제품 개발비를 맞추고 더 많은 금액을 들여 유통 판로를 확보한다. 진주나 빙하수, 티트리 등 '콘셉트 성분'을 앞세운 마케팅도 필수다. 차별화를 위해서다.

2016년 8월 설립된 톤28은 이런 공식을 거슬렀다. 화장품 회사의 필수 요소인 영업팀과 마케팅팀 없이 사업을 시작했다. 대신 성분과 환경에 집중했다. 피부에 좋은 성분을 아낌없이 녹여 넣었다. 판매 형태도 차별화했다. 사람마다 각자 피부에 필요한 성분이 다른 점에 착안해 '구독' 서비스를 접목했다.

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톤28 본사에서 만난 박준수 공동대표는 "틈새시장 공략의 관점이었으면 뛰어들지 못 했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화장품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것으로 봤다. 화장품도 먹거리처럼 생각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28이 화장품 성분 외에도 친환경적 가치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톤28팀은 판에 박힌 디지털 마케터를 고용하는 대신 시인을 채용했다. 스킨, 로션 대신 바를 거리, 씻을 거리라는 이름의 화장품이 만들어졌다. 이번에 톤28 내부에 신설한 마케팅 조직 이름도 '패러다임팀'이다. 박 대표는 "시장 변화를 기민하게 따라가기 보다는 옳은 방향으로 끌고 가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톤28의 개인맞춤형 화장품은 개인별 피부 측정을 통해 이뤄진다. 맞춤형 화장품 구독을 원하는 소비자는 무조건 피부 측정을 거쳐야 한다. 박 대표와 함께 톤28을 창업한 정마리아 대표는 누구보다 성분이 중요한 화장품이 필요했다. 화학 성분이 조금만 포함돼도 화상을 입은 것처럼 알레르기가 올라왔다. 정 대표는 "28일마다 화장품을 받는 구조라면 신선하게 쓸 수 있는 재료가 꽤 있다"면서 "음식처럼 화장품도 신선한 상태에서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지인이던 박 대표는 대기업 뷰티 디바이스 관련 팀에서 일했다. 그는 "사람의 피부는 부위마다 다른데 막상 화장품 시장을 보니 복합성이라고 해서 하나의 화장품을 썼다. 또 월별 기온에 따른 표피 상태 변화 역시 일반 화장품에선 반영이 힘들었다"고 창업 이유를 설명했다.

구독 화장품에 대한 시도는 톤28이 처음은 아니다. 대기업들도 여러 번 시도를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톤28은 장기 구독자 비율이 50%를 넘는다. 박 대표는 성공 비결로 두 가지를 꼽았다. 화장품을 기호품 측면에서 접근해 맞춤형 제품을 만든 것과 콘셉트 성분을 없앤 것이다. 그는 "화장품은 필수품처럼 보이지만 기호품"이라고 정의했다. 선택지가 다양해서다. '구독'은 한 달 마다 '새로움'에 대한 욕망을 충족하면서도 변화를 지향할 수 있게 했다.

성분에 대해서는 "재무제표를 보면 놀랄 것"이라는 말로 대신 했다. 보통 화장품들은 콘셉트 성분을 1% 이하로 반영하고도 그 성분을 내세워 마케팅을 하는데, 톤28은 임상시의 양만큼을 그대로 넣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톤28은 가치를 전달하는 데도 애쓰고 있다. 친환경을 위해 플라스틱 용기 대신 자체 개발한 종이 용기에 제품을 담았다.
비누 등 비구독 제품은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비누 제조 소셜벤처인 동구밭에서 위탁 생산하고 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fnSurvey